지난 23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 2층은 물론 발코니, 합창석까지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왼쪽 문이 열리자 그가 나타났다. 정명훈, 7년 만에 '지휘자 정명훈'이 아닌 '피아니스트 정명훈'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명훈은 관객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건낸 후 준비 행동도 없이 바로 연주에 들어갔다. 그날 정명훈이 준비한 작품은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60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의 '세 개의 간주곡'과 '네 개의 피아노 소품' 등 네 곡. 모두 작곡가들이 50, 60대 말년에 작곡한 작품들로, 정명훈이 다시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서는 나이와도 비슷하다. 관객 역시 정명훈의 원숙한 연주를 기대했다. 정명훈은 평소 "내겐 피아노가 진짜 음악"이라며 피아노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해왔다.
첫 번째로 연주한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부터 음이 무너지는 등 불안했다. '피아노가 낡아서', 아니면 '조율이 잘못됐겠지' 등 피아노 탓이거니 하고 넘어갔다.
이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집중력을 잃었는지 음을 잡지 못하고 헤맸다. 한 관람객은 "악보 보면서 연주하지…"하며 탄식했다.
휴식 후 연주한 브람스의 '세 개의 간주곡'과 '네 개의 피아노 소품'은 무난하게 연주했지만 전반부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피아니스트로의 귀환을 아낌없는 박수로 환영했다. 정명훈은 몇 번의 커튼콜에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트로이메라이',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6번 4악장'을 연이어 연주했다.
그러나 연주회가 끝난 후 만난 관객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관객은 "티켓 오픈 후 5분 만에 매진돼 어렵사리 합창석 티켓을 구해 갔는데 실망, 또 실망했다"고 했다. 구미에서 왔다는 한 관객은 "7년 만에 복귀라 기대하고 갔는데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관객은 "세계적인 대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첫공연이라 그랬을 것이라고 자위한다. 만약 서울 공연이라면 어땠을까?"라며 여운을 남겼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온전한 공연을 선물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날 공연은 관객이 계속 커튼콜을 외쳤지만 정명훈 스스로 피아노 뚜껑을 닫으면서 끝이 났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