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다 확보했다는데, 백신 언제 맞나요?

정욱진 정치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며 이상균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며 이상균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정욱진 정치부장.
정욱진 정치부장.

"도대체 언제 맞을 수 있다는 얘기? 맨날 확보했다는 소리만, '확보 호소인'이 또 '확보 쇼' 하네."

지난 주말 정부가 화이자 백신 2천만 명분(4천만 회분)을 추가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확보 호소인'이라는 기발한 표현에 한참을 웃었다.

마스크를 벗는 나라도 있는 마당에 전 국민의 95% 이상이 백신 구경도 못 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백신 추가 확보라는 반가운 소식에 이런 조롱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 자초한 일이라는 얘기가 많다.

작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언론의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가짜 뉴스'로 매도했다. 한발 나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 모더나가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오히려 재촉한다"고 큰소리까지 쳤다.

이를 두고 한 친여(親與) 성향 온라인 매체는 우리나라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화이자·모더나를 향해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고 묻는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이 만평은 두고두고 회자됐지만, 박 장관의 말은 알고 보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백신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든 작년 말에는 대통령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모더나 CEO와 전화 통화를 했더니 "물량은 두 배 늘고, 시기는 석 달 앞당겨지고, 가격도 인하됐다"고 청와대는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이때도 정부는 올해 11월로 정한 집단면역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국민들에게 '믿으셔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4월의 끝자락이 다가왔지만 지금까지 백신을 맞은 우리 국민은 전체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도대체 확보했다는 그 많은 백신은 다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국민들의 백신 불안감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26일 대통령과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시간 차를 두고 '백신은 염려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처음부터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 플러스 알파로 집단면역 시기를 더 앞당기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우리는 총 1억9천200만 회분, 즉 9천9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반드시 이루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홍 총리대행은 여기에 더해 9월 말까지 전 국민의 70%인 3천600만 명의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백신 불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백신 조기 확보 실패와 백신 수급 어려움에 대해 정부·여당이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다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해야 국민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는 무조건 믿음만 강요하고, 여권은 제약사와 언론 탓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11월까지 1·2차 백신을 다 맞고 연말이나 내년 초쯤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한 친구는 얼마 전 정부의 약속을 믿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대통령이나 총리나 여전히 '나는 언제, 어떤 백신을 맞을 수 있느냐'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고 했다.

친구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내년에 백신을 다 맞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기는데, 대한민국 여권을 든 사람만 외국 공항에서 입국 금지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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