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 세 달 앞두고 아빠에게 간 이식해준 큰딸 고맙다"

아빠에게 간이식을 하고 오월의 신부가 되는 딸 이슬비에게
5월 1일(토) 낮 12시 30분 호텔인터불고 파크빌리지

박강진·이슬비 결혼

2021년 5월 1일 낮 12시 30분

호텔인터불고 파크빌리지

5월의 신부가 되는 심청이 슬비에게

개나리 꽃 피던 날 병아리처럼 아장아장 걷던 큰 딸이 오월 첫날 결혼을 한다.

서울 봉천동 단칸 신혼방에서 특히 밤에 분유를 많이 먹던 큰 딸의 기저귀 가는 일을 잠 많은 엄마가 나에게 미루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지금까지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성인이 되어준 딸들에게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학 입학 때 전면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기쁨을 주더니 졸업 후에도 바로 취업을 하고, 나이가 차니까 듬직한 사내 한 명을 새 식구로 맞이하겠다고 한다.

큰 딸 슬비는 알뜰하지만 대범한 면도 있어서 사회생활도 잘하고 사업가가 될 줄 알았다. 학업에 시달리고 부터는 어릴 때보다 '아빠'를 부를 기회가 없었던 같았다. 작년 설날 무렵에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부녀간의 대화가 조금씩 늘었다.

태어나서 두 번째 배운 말인 '아빠'를 갑자기 올 초부터 연거푸 부르면서 진지하게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아버지의 간이식 수술에 본인이 공여하기로 결심했다는 말에, 결혼식이 몇 달 남지 않은 딸의 고집에 차마 부모로서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큰 딸의 제안을 쉽게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결혼식을 3개월 앞둔 딸이 아빠에게 간을 이식한다니....막막하기만 했다.

나는 당장 급하지 않은 수술이어서 망설이고 있었지만, 대범하고 똑똑한 딸이 병원 측과 절차를 협의하여 2월 초에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24시간 수술 후 마취에서 깨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딸을 찾았다고 간호사가 전해 주었다. 큰 딸이 보이지 않은 곳에 효도를 적립하여 있다가 필요할 때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효도를 인출하여 주었다.

퇴원하는 날, 불편한 몸으로 부모님 산소부터 찾아갔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그치기가 쉽지 않았다. 내 딸이 효도한 만큼의 반이라도 나에게 효도할 기회를 주지 않은 부모님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부모님, 조상님,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있다.
수술 후 경과도 좋아서 정상적인 생활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오월 첫날 큰딸 결혼식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하객을 맞이하고, 신랑·신부에게 행복한 날이 되도록 해야겠다.

신부 아버지 이광락 ㈜글로벌금오렌트카 대표

▶박철수·김미선 씨 아들 강진 군, 이광락(㈜글로벌금오렌트카 대표)·배옥희 씨 딸 슬비 양. 5월 1일(토) 낮 12시 30분 호텔인터불고 파크빌리지(대구 수성구 팔현길 212)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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