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도시재생은 죄가 없다

서남진 LH 대구경북지역본부장(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

서남진 LH 대구경북지역본부장
서남진 LH 대구경북지역본부장

선거에서는 항상 해당 지역 개발에 대한 이슈가 빠지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재개발·재건축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도시재생으로 전환한 시장이 있었는가 하면, 어느 후보는 도시재생사업을 담벼락에 페인트칠만 하는 것으로 예산을 낭비했다고 일갈하였다. 모두 도시재생에 대한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도시재생을 주거 형태는 그대로 둔 채 골목길 포장, 가로등 설치, 벽화 그리기 정도로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도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늙고 병이 든다. 낡고 오래된 주택, 어둡고 좁은 골목길, 쓰레기, 주차 공간 부족, 범죄 등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공원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국가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주거 여건을 제공하여야 한다. 도시 외곽을 개발하여 새로운 주거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기존의 노후화된 도심에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방법을 적용하여 활성화시킬 수 있다. 도시재생은 후자에 속한다. 도시재생을 위한 사업은 매우 다양하다. 재개발·재건축, 주거환경개선, 역세권 개발, 산업단지 조성, 공공주택사업, 항만 개발, 관광단지 조성 등 물리적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 유치, 교육·문화사업, 공동체 활성화 등도 포함된다. 도시 지역 내에서 주거, 환경,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되는 모든 사업이 사실상 도시재생사업의 범주에 포함된다.

2000년대 진입하면서 우리나라도 도심 쇠퇴 문제와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도시활력증진사업이 전국에 걸쳐 시행되었으며 2013년에는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어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2017년부터는 5년간 전국 낙후 지역 500여 곳에 50조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대구 중구의 도심 활성화 사업은 초창기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1990년대까지 대구 중구 원도심은 행정, 유통, 금융, 문화의 중심지로서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나 이후 시설 노후화, 외곽 지역 개발, 상주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조선시대 경상감영, 계산성당과 제일교회 등 근대건축물, 예술가와 문인들의 고택, 전통시장, 골목길 등 다양한 역사문화적 자산에 스토리를 입혀 상품화하였다.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왔다고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문제 해결의 최종적이며 종합적인 수단은 결국 도시재생이다. 이를 통해 한정된 도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미래 세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은 우리보다 20년 이상, 일본은 10년 이상 앞서 도시재생이 본격화되었다. 일본 롯본기 힐스의 경우 3만 평의 작은 부지임에도 도시계획 결정에서 사업 완료까지 17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집권당의 교체는 있었지만 도시재생은 아직도 도시개발의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겨야 할 부분이다. 5년마다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이 떠안게 된다. 정치 권력의 변화에 관계없이 도시재생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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