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2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04.27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2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04.27 청와대 제공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30년 넘는 세월, 정치 행정 분야를 연구해 온 필자는 문재인 정부처럼 무능하면서도 오만과 위선으로 가득 찬 정권을 본 적이 없다.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 혹평하는 것이라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위선이 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해 온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크게 훼손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역은 소위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586 운동권 인사들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 국민적 심판을 계기로 정권을 잡은 그들은 대통령 취임사에 나타난 바와 같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정의와 공정, 평등을 강조하며 출발했다. 그러나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정의와 공정은 사라졌고, 스스로 특권 계층이 되어 다른 정치 세력을 적폐로 몰아 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자신의 부패와 무능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의와 공정의 기준을 세우고 판단할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심판 기능을 모두 독점함으로써 자신들만이 정의이고 공정이라고 강변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장에 전임자보다 무려 13기를 뛰어넘어 김명수(사시 25회, 연수원 15기)를 지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진보좌파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임성근 판사의 탄핵 가능성을 의식해 사표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 이후 이에 대한 거짓말이 드러나 정권에 충성한 것도 모자라 도덕성까지 파탄 났다. 지금까지 대법관 14명 중 9명이 임기 만료로 교체되었는데 모두 민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거나 좌파 성향의 판사들이다. 이들은 사법부 요직의 34%를 장악했다. 내년 대통령 임기 만료 전까지 4명의 대법관이 더 교체되어야 하는데, 이 추세라면 1명을 제외한 모든 대법관이 좌파 성향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의 저울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진보좌파 성향으로 구성되어 모든 이슈에서 편향적 헌법 해석이 우려된다.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더욱 심각하다. 상임위원을 문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으로 임명했음은 물론, 정당 지명자 중 과거 새누리당 지명자 1명을 제외한 8명 전원이 사실상 좌파 성향이다. 주파수 재허가 요건을 통해 방송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균형을 상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준사법기관인 검찰도 '개혁'을 명분으로 사실상 기소청 수준으로 전락했고, 그것도 모자라 새 검찰총장의 조건으로 '대통령과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을 내세웠다.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조건으로 사실상 대통령을 지켜낼 사람을 내세우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옳고 그름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기관들의 현저한 이념적 불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그리고 결과의 정의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부 인사들이 개입된 사건은 어떻게든 무마하거나 시간을 끌어 사법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예사이며, 감사원 감사마저 방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사법부 인사에서는 관례를 깨뜨리고 정권에 우호적 인사들에게 정권 관련 사건을 배당하고 있다. 울산 사건이나 조국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는 아예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을 악용하여 수사팀 자체를 사실상 공중분해시키면서도, 공수처장은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자신의 관용차로 모셨다. 세금으로 지원되는 교통방송에서 마음껏 편파적 방송을 하고 있는 김어준은 자신들 편을 든다고 균형적 언론이라면서 다른 민간 방송들은 형평성을 잃을 가능성만 보여도 재허가권을 흔들며 위협한다.

역사는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의지에 상관없이 스스로의 잣대로 그 시대를 평가한다.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두고두고 평가와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 권불오년(權不五年)이라는데 정권 수호를 위해 정의와 공정을 버린 사람들에 대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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