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곳곳 빈집 애물단지…지붕 무너져 폐가 '수두룩'

마을 지키던 고령의 어르신들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에 입소
자연스럽게 빈집으로 방치돼…부동산 가치 떨어지는 시골집
사유지라 마음대로 처분 못해…정비사업 해도 매년 증가 추세

예천 용궁면 송암2리 한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이 늘어가는 빈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예천 용궁면 송암2리 한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이 늘어가는 빈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는 "동네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가거나 돌아가시면서 빈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에게 연락해 철거 신청을 하라고 당부해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영민 기자

경북 곳곳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촌지역을 지키던 고령의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요양원 입주 등으로 집을 비우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으로써 가치가 떨어지는 시골 마을의 빈집은 거래도 어려워 장기간 방치될 수밖에 없다.

◆빈집 많은 예천의 한 마을 가보니

27일 오후 찾아간 경북 예천 용궁면 송암2리 한 마을. 입구부터 오래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빈집이 눈에 띄었다. 지붕 일부는 이미 내려앉은 상태였다. 제대로 달린 대문, 창문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집 내부 곳곳은 이미 거미줄로 가득했고, 단독주택 마당은 주인을 알 수 없는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다른 빈집이 있었다. 집 마당에는 신식으로 지어진 단독주택과 오래된 한옥 등 2채가 있었지만, 두 건물 모두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대문 문고리는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었다.

집 주변으로 어림잡아 4곳은 빈집으로 보였다. 무너져가는 빈집이 눈에 곧바로 보일 정도로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마을 전체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마을 한 주민은 "홀로 살던 할머니가 최근에 돌아가시면서 이 집도 빈집이나 다름없다"며 "몇 년까지만 해도 약 20가구에 사람이 모두 살았는데, 어르신들이 사망하거나 자녀들이 사는 도시로 떠나면서 6, 7가구 정도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청송군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노령화 지역이다. 지난달 기준 인구 2만4천907명인 청송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35%(8천700여 명), 75세 이상이 18.4%(4천593명)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인 여자 86세, 남자 80세인 것을 감안하면 청송은 적어도 주민 5, 6명 중 1명은 기대수명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사망하거나 요양원 등으로 떠나면 자연스럽게 주거지는 빈집으로 방치된다. 대도시와 비교해 집의 가격이나 가치, 지가 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후대들이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도 많다. 이런 빈집들이 부모나 자식 간 한 세대만 넘어가도 재산분할 상속이 복잡해져 지역에 애물단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지자체들 정비사업 하지만 역부족

예천군은 늘어나는 빈집을 줄이고자 매년 예산을 투입해 철거 등 정비사업을 하고 있지만 방치된 빈집은 매년 늘어만 가는 추세다.

예천군에 따르면 농촌빈집정비사업으로 2019년 153건, 2020년 150건 등 2년 간 빈집 300여 채를 정비했다. 그러나 빈집이 생겨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보니 예천의 빈집은 2019년 776채, 2020년 811채로 더 증가하고 있다.

예천군 관계자는 "올해도 빈집 150채를 정비할 계획인데, 1년 이상 비어있는 집들이 올해 추가 집계되면 빈집 증가세는 더 클 것 같다"며 "그만큼 고령화된 시골지역에 거주민 사망 등으로 집을 유지할 수 없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안동시는 농촌빈집 재정비 지원과 도심 내 빈집 철거와 관련해 조례를 개정해 지원금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도심 내 빈집 3곳을 철거하고자 3천3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안동 도심 내 빈집의 경우 주택 밀집지역과 이동 통로가 좁고 차량 진입이 어려워 작업자들이 건축폐기물을 직접 손으로 옮기는 등 큰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도심 경관을 해치는데다 자칫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빈집도 엄연히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주 허가를 받지 않고는 함부로 철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빈집으로 찾아서 소유주에게 철거 의사를 물어보면 '그냥 두겠다'고 한다. 개인의 사정이 있다고 하면 지자체에서 처리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청송군 관계자도 "오래 방치되는 빈집은 마을마다 골칫거리가 되고 있지만 사유지이고 소유 관계가 있어서 행정기관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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