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30주년 속 수난의 날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속담 같은 옛말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살아 있는 까닭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력을 갖고 이어진다. 실제로 그럴 일이 없겠지만 오늘날까지 전하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는 말도 다르지 않다.

올 들어 우리 주변, 지방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못된 행실 몇 가지만 봐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속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지방의회가 1961년 사라졌다가 30년 만인 1991년 되살아나 다시 30년을 맞는 남다른 해이다.

그런 뜻깊은 해를 맞았건만 2021년 경북의 광역의회나 시·군 기초의회 의원의 '못된 짓'에 대한 지탄받을 일이 1월부터 터지더니 4월에는 '잔인할' 만큼 동시다발이고 여야 없이 모두 수난의 날이다.

먼저 경산에서는 한 시민이 지난 1월, 과거 시의회 의장 선거에서의 담합을 이유로 의원 4명의 징계 청원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대구지검이 시의원 5명에게 벌금 200만~500만원의 약식기소를 한 데 따른 유탄인 셈이다.

같은 달, 이웃 영천시에서 한 시의원이 아예 의원직까지 박탈당하는 사달이 났다. 음주운전한 시의원이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1,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2개월 건너 4월에는 한 경북도의원이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당시 밥값 제공 문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 항소심에서도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아 자칫 의원직을 잃을지도 모를 위기를 맞는 일이 일어났다. 또 울진에서는 군의회 의장이 억대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동료 의원들이 그를 제명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어 고령의 한 군의원은 신도시 개발 관련 사전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구속됐다.

지난 3월 26일로 기초의회 재출범 30년을 보냈고, 오는 6월 20일이면 광역의회 새 출발 30년을 맞는다. 30년 세월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남은 날에는 그들의 '못된 짓'이 어찌 될까 궁금하다. 하지만 '말이 씨 된다'는 또 다른 옛말이 있어서 함부로 앞날을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래서 수난의 날은 끝나고 이제 송아지 엉덩이에 뿔이 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싶다. 그러니 지방의원 여러분, 제발 여의도 정치인과는 다른 길로 가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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