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합창단 초대 지휘자 장영목(88), 대구문화예술회관 초대 민선관장을 지낸 음악가 남세진(86), 대구시립무용단 초대안무자 김기전(87), 원로영화인 김대한(88), 미술평론가 권원순(83), 연극인 김삼일(79) 그리고 연극인 홍문종(74)까지.
평균 연령 85세, 대구 공연 예술 확장의 기폭제 역할을 한 '시조새'들이 29일 오후 2시 한 자리에 모인다.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의 출발을 알리는, 대구예술발전소 3층 '열린 수장고'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문화예술아카이브팀을 출범, 근‧현대 공연예술 자료 수집에 나선 대구시는 작고한 예술인들의 유족과 원로예술인들로부터 소장 자료를 기증받았다. 대구시는 공연 예술 기록에 좀 더 집중했다. 미술은 작품으로, 문학은 책의 형태로 후대에 전해지지만, 시간 예술인 공연 예술 기록은 흩어져 있었던 탓이다. 그렇게 수집한 팸플릿, 사진, 영상자료 등이 1천 점 이상이다. 대구 공연 예술계 원로들이 코로나 시국임에도 개관식에 기꺼이 참석한 까닭이다.
임언미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팀장은 "한 장의 사진이나 팸플릿, 신문기사만으로 당대를 유추해보는 게 전부였지만 6.25 전쟁통에도 기록들을 끝까지 지켜내고 보관해 오신 원로 예술인들의 의지가 수장고에서 빛을 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특이 자료가 적잖다. 한국전쟁기 향촌동에서는 '폐허에도 바흐의 음악이 흘렀다'는 기사가 수록됐다고 알려진 '에튀드'誌 (1953년 10월호 기사 원문에는 '폐허에도 바흐 음악이 흐른다'는 내용은 없다), 1960년대 교향악 운동을 펼치던 대구의 음악인을 위해 파블로 카잘스, 레너드 번스타인, 피에르 몽퇴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보내온 응원 전보와 편지 원본도 공개됐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의 역사적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유물들이다.

이날 개관하는 '열린 수장고'는 162㎡의 비교적 협소한 공간임에도 아기자기한 구성을 자랑한다. 한국전쟁 후 음악으로 시민을 위로하고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던 1.5세대 음악가들의 유품과 자료를 전시한 '예술가의 방', 대구시가 추진해온 원로예술인 구술 영상 기록화 사업의 결과물(음악, 연극, 무용 분야 원로예술인 8명의 예술 활동과 생애를 증언한 구술 기록)과 대구문화예술 디지털 아카이브를 검색할 수 있는 '자료열람실' 등을 갖췄다.
특히 작고예술인의 유족, 원로예술인, 컬렉터 등으로부터 수집한 자료가 전시된 '기획전시대'에서는 시립예술단체 창단을 통해 안정적인 예술 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당대 예술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대구시는 향후 인물별, 시기별, 장르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기록 창구가 갖춰지면서 대구시에 서울의 컬렉터가 수집품을 기증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이상화 시인과 독립운동가들의 사연이 담긴 병풍을 기증받아 대구미술관에 이관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는 문화예술 기록과 보존의 창구 역할을 맡게 된다. 수집 보존 시스템을 갖춘 미술관, 문학관과는 수시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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