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고 세금부터 뜯겠다는 정부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 시장이 위험천만해 보인다. 가상화폐 국내 거래 대금이 하루 20조 원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인데도 투자자 보호와 금융 사고 방지 등을 위한 관리 감독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3, 4년 전 가상화폐 투자 광풍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아직까지 가상화폐와 관련된 법과 규정, 제도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우려들이다.

가상화폐 투자가 글로벌화됐는데도 그간 정부가 만든 법이라고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을 처벌하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과 투자 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을 세운 소득세법이 전부다. 정부가 이렇게 직무를 방기하는 동안 국내 가상화폐 거래액은 올 들어서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을 합친 것보다 커졌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자칫 핵폭탄급 사회 문제로 비화될 우려마저 내재돼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격 등락 제한폭이 없는 데다 사설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내에만 200개가 넘는다. 이들 거래소에서 올 들어서만 46개 가상화폐가 신규로 입성하고 10개가 거래 중단돼 사라졌다. '영끌' 투자 등으로 인한 과열 분위기 속에서 시세 조작도 빈번한 것으로 추정되며, 속칭 '김치 프리미엄'을 겨냥한 환치기(불법 외환 거래)로 막대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화폐 투자 차익에 22% 고율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선 것은 너무나 몰염치한 태도다. 투자자에 대한 보호책은 내 알 바가 아니고 수익에 세금이나 걷겠다는 것은 자릿세 뜯는 조폭조차도 하지 않을 발상이다. 이제는 싫든 좋든 간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정부 방침의 교통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지,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경솔한 발언으로 시장을 자극하고 투자자들의 억장을 무너뜨릴 시간이 아니다. 가상화폐를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무형 자산으로 인정하고 시장의 틀과 상품 거래의 규율을 세워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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