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판문점 선언이 ‘평화의 이정표’라는 문 대통령의 소망적 사고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여러 말을 쏟아냈다. 하나같이 현실과 괴리된 소망적 사고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결과물이 없어 그야말로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던 '선언'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가득하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 되려면 선언에서 '북핵 폐기'가 명시됐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표현만 끄트머리에 있을 뿐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말은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 오랜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소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한반도 주변 정세는 이를 분명히 확인해 주고 있다. 북한은 올 1월 당 규약을 개정해 무력 통일 의지를 천명하고 무력 통일을 위한 각종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문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현재로선 북한이 대화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북한의 핵 문제 해결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2018년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합의 폐기는 실수하는 것이라며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북한 역시 대화에 뜻이 없다. 지난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이를 분명히 보여줬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과 문 정부를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미국산 앵무새'라는 동원 가능한 최대의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다. 대화할 의향이 있으면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문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것인지 안갯속이란 점이다. '남북 관계 회복'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을 내세웠지만 추상적이다. 북핵 폐기라는 목표가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 문 대통령의 27일 발언에는 이것이 없다. 또다시 보여주기식 쇼를 하고 싶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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