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에 세 친구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왕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왠지 좋지 않은 일로 추궁을 받게 될 것 같이 생각돼 두려워졌다.
그는 자신의 세 친구에게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첫 번째 친구는 서로 매우 존중하는 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그 친구는 싫다면서 까닭조차 말하지 않고 거절했다. 두 번째 친구 역시 서로가 아끼고는 있었지만 첫 번째 친구만큼 존중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 친구는 대궐문 앞까지만 가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친구는 서로가 친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평소에 서로 세심한 관심을 두지는 못하고 있는 친구였다. 그런 그가 "함께 가자! 자네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으니 두려워할 것이 없네. 내가 자네를 변호하겠네"라고는 동행했다.
이 이야기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있다. 첫 번째 친구는 재산이다. 아무리 사랑하고 있더라도 죽을 때는 남겨두고 가야 한다. 두 번째 친구는 친척이다. 묘지까지는 함께 가 주지만 거기서 그를 두고 가버린다. 세 번째 친구는 선한 행위이며, 영혼이다. 여느 때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죽은 뒤에도 그와 동행한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친구들이 있다. 필자도 작곡가로 활동해 오면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 친구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작품을 통해 만난 친구들의 우정은 좀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의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이며 지휘자인 한 친구는 필자의 작품을 한 번 연주한 후로 아직 직접 대면한 적이 없지만 마음으로 서로 깊이 돕고 있다.
필자의 작품을 연주한 후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는 그 친구에게 다른 한 친구가 "왜 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이 작품은 서구적 음악어법에 충실하지만 내용은 한국적인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답했다 한다. 그 후 몇 년이 지나면서 한국과 어떤 교류가 있을 때마다 필자와의 협력을 물어오곤 한다. 코로나가 지나면 곧 만나 같이 더 아름다운 세계를 가꿀 친구다.
지난주에 대구 콘서트하우스는 러시아연방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우파(Ufa, 러시아연방 바시코르토스탄 공화국의 수도)의 바시키리 국립 오페라 발레극장과 줌(Zoom)을 통한 비대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필자가 바시키리 작곡가협회로부터 우파 국제 현대음악제에 두 번 초청을 받으면서 우파를 비롯한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타타르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러시아연방의 작곡가 협회장 등과 친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능해진 일이었다.
참가 작곡가들은 서로 "너의 작품 속에 왜 우리 음악이 들어있지?"라며 실크로드 국가들의 전통음악의 동질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10월에 이 친구들이 함께 대구를 방문해 '신문화 실크로드 국제음악제'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국가 간 교류의 기반을 형성하자고 약속하였다.
이 친구들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인정했기 때문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이 친구들과의 인연을 통해 대구 음악계는 세계와 친구맺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들과의 관계에는 국경, 종교, 언어, 문화의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름다운 미래를 품은 이상적인 친구들의 사회가 세계화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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