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진석 추기경 선종…"교회와 가난한 사람들 위해 자신의 모든 것 선물"

만 39세 때 청주교구장 임명…교회법 관련 저서 50권 남겨
'생명존중·나눔 운동'에 헌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27일 선종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은 1931년 12월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1954년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했고 1961년 3월 사제가 됐다.

고인은 서울대교구 약현성당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서울 성신고 교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성신고 부교장을 지냈고 1968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1970년 교황청 우르바노 대학원에서 교회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만 39세 때인 1970년 청주교구장에 임명되면서 최연소 주교로 서품됐다. 이어 (재)청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청주가톨릭학원 이사장,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 교회법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1996년부터 3년간 주교회의 의장으로 활동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 2월 21일 몸에 심한 통증을 느낀 뒤 주변의 권고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두 달여 투병 기간 동안 몸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으나 결국 27일 세상과 이별을 고하게 됐다.

특히 사제 수품 60주년을 맞는 해에 세상과 작별함으로써 그의 선종은 세인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 다음 날인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연도 낭송을 위해 대성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 다음 날인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연도 낭송을 위해 대성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타 공인 교회법 전문가

가톨릭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인 1983년 새 교회법전을 펴냈는데 당시 청주교구장이던 정 추기경이 교회법전 번역위원장을 맡아 한국어판 번역 작업을 했고,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본이 교황청 승인을 받아 처음 출간됐다. 이후에 50권에 이르는 교회법 관련 저서와 역서를 남겼다.

◆어머니와도 같이 따뜻했던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8일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와도 같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0시를 넘어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거행된 첫 추모 미사에서 고인을 그리며 "자신의 모든 것을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선물을 주셨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또 "정 추기경은 매일같이 끝기도를 하면서 잘 선종할 수 있도록 기도를 바치셨다"며 미사를 함께한 이들에게 함께 선종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삶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용훈 의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정 추기경은 평소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힌 일이 없었고 모든 사람을 신뢰하시고 인자로이 대해 주시며 사목 표어에 따라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삶으로 일관하셨다"고 말했다.

또 이 의장은 "14년간 서울대교구를 이끌며 '생명 존중과 나눔 운동'을 통해 저출산과 낙태 등의 풍조에 맞서 생명 수호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셨다"면서 "교황청 가정평의회 운영위원과 사회홍보평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셨다"고 밝혔다.

◆종파를 초월한 애도의 마음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은 28일 대표회장 명의로 "정 추기경님의 삶의 궤적을 기억하고 그분이 지키려고 했던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노력이 한국 사회에서 지속되기를 소망하며 다시 한번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추모했다.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은 추도문에서 "추기경님께서 우리 사회와 시민들의 마음에 심어주신 감사와 사랑의 실천은 우리 모두에게 행복의 길이 됐다"고 돌아봤다.

전국 유림 대표 조직인 성균관 손진우 관장은 "한 분의 현존 성현이 저희 곁을 떠나신 것 같다. 큰 스승을 잃은 천주교인들의 슬픔을 함께하며 고인께서 보여준 평생의 가르침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고 염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