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건축(서윤영 글/ 다른/ 2016년)

시절이 수상하여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비대면 권하는 시대는 여행조차 랜선으로 권하니, 차라리 책을 반려 삼아 통찰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이 쓴 '세상을 바꾼 건축'은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역사와 문화를 엮어서 들려준다. 서윤영은 건축에 관한 사회, 문화, 역사 이야기를 주로 쓰는 칼럼니스트다. 건축을 벽돌의 물성(物性)으로 풀지 않고 이야기와 맥락으로 짚어 주니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일곱 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장별로 당시의 권력 주체를 함께 짚어 준다. 1장은 '신들을 위한 건축: 고대', 2장은 '제국을 위한 건축: 로마 시대'이다. 3장은 '영토와 신을 위한 건축: 중세', 4장은 '왕을 위한 건축: 절대왕정 시대', 5장은 '산업을 위한 건축: 산업혁명 시대', 6장은 '민중을 위한 건축: 현대'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7장은 '공간을 위한 건축: 미래'로 맺는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왕이자 신이었다. 당시엔 왕이 죽으면 수호신인 오시리스가 된다고 믿었기에 살아 있는 왕의 궁전보다 피라미드 짓는 일에 더 전념하였다. 작은 도시국가였던 그리스에선 지도자가 투표로 선출되었기에 절대 권위가 신에게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사회 통합을 위해 파르테논 같은 신전을 지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자 저자는 시대를 통시적으로 고찰하였다. "신의 시대인 고대 그리스 시대, 민중의 시대인 로마 시대, 신의 시대인 중세를 거쳐 다시 인간의 시대가 되었다."(89쪽) 이어 17세기 절대왕정 시대가 되자 왕은 절대적인 권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궁전을 지었다. 가장 유명한 궁은 베르사유라고.
궁전에는 '호기심의 방'이 있었는데, 약소국의 보물을 빼앗아 전시해 둔 곳이었다. 이 방은 왕실의 보물 수장고였다가, 혁명으로 절대왕정이 무너지자 박물관이 되었다. "박물관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약탈한 미술품과 보물을 전시하여 권력을 과시하던 수단이었다."(101쪽) 이 대목에선 아픔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이 일제가 창경궁 안에 지은 '이왕가박물관'이라니 더더욱.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는 아파트이다. 이는 산업혁명 시대 공장 노동자의 숙소에서 연유했다니 건축의 스토리가 씁쓸함마저 전해 준다. 책의 결미에 이르러 저자는 현재와 미래 건축의 화두를 세 가지로 요약하였다. 높이 경쟁, 기둥 사이 간격을 넓히는 초경간, 지하로 파고드는 심층화이다. 이러한 건축의 경쟁이 지구인의 환경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수상한 시절을 타고 한국은 문화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타자를 배려하는 마음은 소중하다. 빼앗아 온 유물을 전시하는 서구의 박물관과 자국의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아시아의 박물관은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저자의 지적은 그대로 울림이 된다. 반려도서 여행으로 건축물을 관찰하고 시대를 통찰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장창수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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