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신지혜 씨 아버지 故 신부철 씨

봄마다 팔공산 찾아 분홍빛 꽃망울 터트린 벚꽃 구경시켜 주셨죠
늘 운동하셨는데 갑작스러운 암 선고 후 몇 달 만에 떠나셨습니다

2019년 6월 2일 견진성사를 받는 날 활짝 웃고 있는 故 신부철 씨. 가족제공.
2019년 6월 2일 견진성사를 받는 날 활짝 웃고 있는 故 신부철 씨. 가족제공.

아버지. 올해에도 벚꽃은 변함없이 피었습니다.

저를 무척이나 사랑해주셨던 아버지께서는 벚꽃이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리면 항상 꽃구경을 시켜주셨죠. 팔공산 벚꽃 터널에 도착하면 이쪽저쪽에서 피어오른 벚꽃은 하늘을 분홍색으로 물들였고 아버지와 함께 사진도 찍었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친구도 많으시고 운동도 좋아하셔서 항상 바쁘셨지만 봄이 되면 팔공산 벚꽃을 보여주셨고 가을이 되면 하중도 코스모스 축제와 식물원 국화꽃 축제에 데려가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맛있는 식당을 가보시고 나면 꼭 데려가서 맛을 보게 하실 정도로 아버지의 사랑은 아주 깊었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냉장고에 과일이 떨어지지 않게 마트도 시간 날 때마다 자주 데려가셨죠. 딸의 목소리에 힘이 없거나 안색이 안 좋으면 걱정이 되어 어디 가고 싶은 데가 없냐고, 뭐를 먹고 싶냐고 다정하게 물어보시던 음성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6남매 중 장남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중요시하셨고 아프신 할머니 할아버지 봉양에 힘쓰셨던 효자이셨습니다. 3남매 교육을 위해서 구미에서 대구로 이사를 하신 아버지는 항상 근면·성실하신 분이셨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운동을 꼭 하셨고 술 담배를 멀리하시며 약속을 지키시려 노력하신 선량한 분이셨지요. 자식들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항상 도움을 주시려 노력을 하셨으며 태산처럼 든든한 분이셨습니다.

아들 생일, 딸 생일, 며느리 생일, 손자 손녀 생일까지 꼼꼼히 챙겨주신 아버지는 사랑이 많으신 분이셨어요. 또한 스마트 폰과 페이스북도 능수능란하게 쓰실 만큼 신세대 아버지이시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건강하시다고 믿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말기 암 선고는 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모자가 어울리는 단정한 멋쟁이셨는데 바라보기 힘들만큼 아버지께서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시고 식사도 거의 못 하게 되셨습니다. 진통제마저 듣지 않는 피를 말리는 고통 속에서도 의연하게 고통을 참아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가 별안간 저의 곁을 떠날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따뜻이 손 잡고 좋은 곳에 여행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으면 좋으련만 다정한 아버지는 2019년 11월 4일에 78세로 하늘로 떠나셨습니다. 몇 년은 버티실지 알았는데 불과 암 투병 몇 달 만의 비보라 너무나 갑작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위험하던 순간마다 할머니를 연거푸 부르실 때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요. 항상 그리워하시던 할머니는 만나셨나요? 아버지 장지 따라가던 날 단풍은 왜 그리 곱게 물들었는지 더욱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흩날리는 단풍잎 하나마다 아버지와 나누었던 이야기, 같이 갔던 장소, 같이 먹었던 음식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이젠 다시 만날 수 없으니 아버지가 이젠 아프시지도 않고 천국에서 잘 계시기를 매일 기도하는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네요. 아직도 자식 걱정할까 봐 아무리 통증이 심해도 괜찮다고만 하시면서 고통 속에서 잠 못 드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심장이 먹먹합니다. 세상에서 아버지만큼 저에게 이렇게 다정하고 저를 위해준 사람은 또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저의 아버지이셔서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버지가 가신 가을이 지나고 매서운 겨울도 지나 다시 봄이 왔습니다. 하늘하늘 벚꽃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아버지가 다시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때론 엄하셨지만 항상 마음이 여리고 다정하셨던 아버지는 꽃처럼 마음이 아름다운 분이셨어요.

아버지. 올해 그곳에도 벚꽃이 만발하고 꽃비도 내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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