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원태인·구자욱·김헌곤·김상수 선수의 공통점은 ?

대구 중학교 야구부 중 변방 취급받은 경복중 출신…27년 감독 맡은 '원민구의 아이들'로 불림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지난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지난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국내에서 연고지 개념이 가장 잘 확립된 프로 스포츠는 야구다. 프로야구는 1982년 고교야구 인기를 앞세워 가장 먼저 출범했고 현재까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출신 고교 기준으로 프랜차이즈를 구분하는데 선수들이 나온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기준 삼는 게 더 정확한 구분이다.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베스트 10'을 선정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출신 중학교로 들여다보면 대구 경복중(현 협성경복중)이 대세다.

'베스트 10'으로는 투수 원태인, 포수 강민호, 1루수 오재일, 2루수 김상수, 3루수 이원석, 유격수 김지찬, 좌익수 김헌곤,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구자욱, 지명타자 호세 피렐라를 들 수 있다. 10명 가운데 원태인과 구자욱, 김헌곤, 김상수 등 4명이 경복중을 나왔다. 또 대구·경북 연고지 선수로는 포철중을 나온 강민호가 있다. 제주도 출신인 강민호는 초등학교 졸업 후 포항으로 야구 유학을 왔다. 오재일은 경기도 구리 인창중, 이원석은 광주 동성중, 김지찬은 경기도 이천 모가중, 박해민은 서울 양천중을 나왔다.

경복중은 대구에서 야구부를 둔 대구중, 경운중, 경상중과 비교하면 야구장 시설 등 운동 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대구중 등 3개 학교가 모두 공립으로 반듯한 야구장을 두고 있는 데 반해 사립인 경복중은 운동장이 작아 반쪽 야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경북중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초등학교 야구 꿈나무 부모들은 예전 경복중 보내는 것을 피했다.

이를 극복한 인물이 원민구 전 경복중 감독이다. 원태인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원 전 감독은 1997년 4월 경복중에 몸담은 뒤 2018년 12월까지 21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야구 감독이 자주 바뀌는 국내 풍토를 고려하면 원 전 감독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장수했다.

올해 64세인 원 전 감독은 대구 대건고, 영남대 출신으로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을 받았으나 입단하지 않고 실업팀인 제일은행에서 활약한 뒤 은행원 생활을 거쳐 지도자로 나섰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국내 프로야구단의 1차 지명을 받은 부자 선수는 이들이 유일하다. 이를 고려하면 원태인은 야구 유전자부터 남달랐다고 볼 수 있다.

원 전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경복중은 대구에서 다른 학교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는 유망주 영입에도 힘을 기울였다. 구미 도산초교에서 야구를 한 김상수와 대구 본리초교를 다닌 구자욱을 영입하기 위해 선수 부모들을 열심히 찾아 다녔다.

원 전 감독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직접 아들 둘을 야구 선수로 키우면서 선수 육성에 더 열정을 보였다고 전한다. 젊은 시절에는 고압적이며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나 아들을 제자로 두면서 다른 선수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스카우트에도 지극정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원 전 감독은 올 시즌 김상수 등 제자 4명이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조명받고 있다. 경복중 출신의 현역 선수로는 삼성의 김민수, 이승현(왼손 투수), NC 다이노스의 박석민, 이재학, 키움 히어로즈의 김성민, SSG 랜더스의 서동민, KIA 타이거즈의 전상현, KT 위즈의 박승욱 등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도 경복중 출신이다.

원 전 감독은 둘째 아들 원태인을 통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원태인은 올 시즌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경북중에서 아버지를 감독으로, 형을 코치로 두고 야구를 배운 원태인은 그 당시부터 미래 국가대표감이란 소리를 들었다.

운동선수가 성공하려면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선천적인 재능과 부단한 노력 등이 성공의 3대 요소에 포함되지만, 재능을 키우고 미래 설계를 위해서는 감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원민구의 아이들'이 삼성의 '야구 명가' 재건에 주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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