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시가격 이의 신청 폭증…부실한 산정 방식 뜯어고쳐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 신청이 전국적으로 4만9천600여 건에 달했다. 14년 만에 최대치이고, 지난해보다 33%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1천290건과 비교하면 40배 가까이 폭증했다. 대구에서는 1천15건, 경북에서는 191건이나 됐다. 대구는 지난해 70건에서 14.5배, 경북은 19건에서 10배 넘게 증가했다.

이의 신청 급증 원인은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19%나 오른 데 있다.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탓에 이의 신청이 늘어난 것이다. 공시가격 산정이 부실한 것도 이의 신청 폭증을 불러왔다. 같은 단지의 층과 면적이 같은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30% 이상 벌어진 경우도 있었고,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보다 훨씬 높은 사례까지 나왔다. 공시가격 조정이 이뤄진 것이 2천485건이나 된다. 정부 스스로 오류를 인정한 것이 이 정도다.

전국 1천450만 호를 대상으로 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이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공시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부동산원 직원 500여 명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담당하고 있다. 전문가인 감정평가사는 200여 명으로 절반이 안 된다. 오류를 줄이기 위해 국토부와 부동산원이 전담하던 방식에서 전문가 단체인 감정평가사협회를 포함시키고, 이를 각 지방자치단체가 검증하는 방식을 도입할 만하다.

집값 급등을 감안하면 공시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까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과표 기준이 되고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산정의 잣대로 활용된다. 부실투성이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뜯어고치지 않은 채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올릴 경우 과도한 세금 인상으로 받아들여져 조세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다. 공시가격 제도 개선 목소리에 정부는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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