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녕~ 나야 아빠 아들.
이렇게 아빠 돌아가시니까 반말로 써보려고 해. 왜냐하면 아빠는 나에게 너무도 무섭고 원망했던 대상이었는데, 사실 아빠가 이렇게 세상에 없으니 그동안 못 해봤던 말투로 얘기하고 싶어.
아빠랑 이렇게 친구처럼 대화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못했잖아. 나도 어색하긴 하지만 이제 아빠에 대한 감정들이 무의미해졌으니 편하게 얘기할게. 아빠가 살아있었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텐데 말이야.
사실 난 아빠가 너무 무섭고 미워서 차라리 일찍 돌아가셨으면 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아빠가 진짜로 세상에 없어지니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감정들이 정말 순식간에 무너졌어. 신기하지 이제는 아빠가 너무 불쌍하고 너무 그리워 미워도 잘 해줄껄 하며 후회도 되네.
어렸을때는 그랬어, 난 아빠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너무 무서워서 아빠 못 보게 이불 속에 숨고 아빠랑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자는 척도 하고 솔직히 아빠도 알자나. 우리 어렸을 때 아빠가 엄청 술 마시고 가족들을 폭행했던 일, 아빠는 정말 젊었을 때 사고도 많이 치고 그랬었지. 우리집 문제아였지.
근데 지금은 이해해. 아빠도 그많은 빚들을 하루종일 일하며 하루 한,두시간 자면서 빚갚느라 고생한거, 그래서 인지 아빠가 너무 예민해 있고 가족들에게 여유와 사랑을 베풀 수 없다는 것도 알아, 참 신기 한 건 말이야. 그 당시 난 아빠가 빚 갚는 거 보다 우리에게 조금은 자상한 아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길 바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가 열심히 빚 갚는데 매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이해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아빠를 용서한단 의미는 아니야, 난 사실 아빠에 대한 상처가 너무 많아, 그걸 글로 적기도 부족하지, 그래도 이제 아빠가 세상에 없으니 무의미한 감정들은 이제 내 가슴속에서 지우려고 해. 마지막에 아빠를 보내고 나니 내 감정들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아빠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더라, 그래도 잘 해줄걸 후회를 해봐.
나도 이제 아빠가 되어보니 아빠를 이해하게 되었어. 아빠가 마지막엔 그렇게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날 줄도 몰랐어. 나도 자식인지라 아빠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가슴속에 돌덩어리가 들어 있는 것 같아. 아빠가 마지막까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죽기 직전엔 우리 생각을 했을까하며 나 혼자 생각해. 아빠 마지막 모습이 아른거려, 그래도 아빠를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가 미워도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그 얘기를 못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아빠가 나에게는 원망스러운 아빠긴 했지만, 그래도 아빠한테는 마지막에 남아있는 감정은 미안한 감정이 더 드는 거 보니 그래도 아빠가 나 어렸을 적에 잘했었나봐. 고마운 감정이 더 큰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니 이렇게 되었을 때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지.
아무튼, 아빠 내가 그곳에서는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우리 걱정말고 아빠가 비록 가슴속에 있었던 말들 우리에게 표현하지 못했어도 우린 이제 알 것 같아.
우리도 아빠 사랑해, 지금에서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 너무너무 고생 많았어. 아빠 살아 있을때 잘 해줄 걸 하고 진짜 후회되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근데 난 아빠 돌아가셔도 안 울 거라 생각했는데, 아빠 유골 보는 순간 뭔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막 눈물이 나더라.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나는 눈물이었던거 같아, 더는 외롭게 힘들게 있지 않아도 돼. 아빠 그곳에서는 우리 사는 모습 보면서 많이 응원해줘.
아빠에게 하고픈 말은 많지만 글로 다 적기에 너무 많을거 같아 이 정도만 쓴다. 아빠 고생 많았어요.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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