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당 문자 쇄도' 조응천 "민심 떠난 원인? 무능·위선…대선 승리 장담 못해" [전문]

조응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률안 심사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응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률안 심사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성 권리당원의 문자 폭탄을 지적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바로 이 문자폭탄 문제를 거론하게 하는 동력"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차기 지도부는 열혈 권리당원들이 과잉 대표되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 달라"고 요청하며 이같이 적었다.

조 의원은 지난 1년간 민심이 떠나간 이유를 '무능과 위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무능이야 지금부터 열심히 전력을 다해 일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위선이다. 남들이 우리를 향해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하던 그 '내로남불'"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스스로 공정한 척하면서 우리 안의 불공정에 대하여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반성하지 못했다. 내 눈의 대들보는 두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탓했다"며 "우리 진영의 불공정을 드러내놓고 반성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눈치 보게 만들었고, 그럴 기미가 보이면 좌표를 찍고 문자폭탄을 날리고 기어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의원은 "이번 (문자폭탄) 논쟁에서도 내로남불, 이중잣대는 불거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 정도는 양반입니다. '뭐가 문제냐'를 넘어 아예 문자폭탄이 '좋은 일이다' 까지 가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 선출직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문자폭탄을 두둔하는 분들 중에는 자신에 대한 비판적 칼럼에 대해서 소송으로 대응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정당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하여는 정치가 극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즉 다수의 당원에 의해 합의된 이념에 의하여 움직여야 한다"며 "정당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당에서는 열혈 당원들의 적극적 문자행동이 당심 형성과정에서 과잉대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당심이 왜곡되고 마침내 민심과 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열혈 권리당원들께서는 볼륨을 조금만 줄이고 톤을 조금만 낮춰달라. 아시다시피 저는 소수파로 여러분의 목소리를 막을 힘도 없고, 뜻도 없다"며 "제발 진심을 곡해하지 않길 바란다. 저의 주장은 대선 승리를 위한 간곡한 전략 제안"이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조응천 의원 페이스북 글 전문

<정당민주주의에 대하여>

어제,오늘 몇몇 권리당원분들이 제게 탈당을 적극 권유하는 문자를 꽤 많이 보내주셨고, 또 몇몇 우리 당 의원들이 선출직이라면 당원들의 문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고, 또 다른 의원들은 '권장해야 할 행동'이라고 하셨습니다.
우선 저도 사람인지라 아직도 욕설이나 육두문자가 섞인 메시지를 보면 찰나적으로 '뭐지'라는 정도의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많은 메시지를 받으며 굳은 살이 박일 정도로 단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젠 '그런가보다' 하고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곤 합니다. 즉 제가 문자폭탄에 퍽 민감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등의 불만이 있어서 새삼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우리당 박영선 후보는 서울에서 190만여 표를 얻었다고 합니다. 작년 4.15 총선에서 우리당 후보들이 서울에서 얻은 표들을 합산한 305만표에서 무려 115만표가 줄어들었습니다.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 39.1%는 21대 총선 서울지역에서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의 합산인 39.08%과 거의 일치합니다. 즉 고정 지지층만 박영선 후보를 찍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당 안팎의 누구도 이를 박영선 후보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1년 사이의 엄청난 민심이반이 있었음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바로 이 문자폭탄 문제를 거론하게 하는 동력입니다.

불과 1년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우리 당에서 민심이 떠나간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능과 위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크게 유능하지 않았고 또한 도덕적인 척 하지만 위선적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국적 선거 국면과 맞물린 국가적 중대사나 위기상황에서 발휘된 효능감 때문에 잠시 위선에 대해 눈감아 주신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비정상적이던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좋겠다는 희망과 전대미문의 팬데믹 초기 상황에서 선진국 대비 K-방역의 성취를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에게 잠시 시간을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능이야 지금부터 열심히 전력을 다해 일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위선입니다. 남들이 우리를 향해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하던 그 '내로남불'입니다.
스스로 공정한 척하면서 우리 안의 불공정에 대하여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반성하지 못했습니다. 내 눈의 대들보는 두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탓했습니다.
우리 진영의 불공정을 드러내놓고 반성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눈치 보게 만들었습니다. 혹시 그럴 기미가 보이면 좌표를 찍고 문자폭탄을 날리고 기어이 입을 다물게 만들었습니다.
당의 지도부는 한술 더 떠서 미사여구로 우리의 불공정을 감추려하고 문자폭탄을 두둔했습니다. 그렇게 당은 원팀, 원보이스가 되어갔습니다.
그 결과가 민심과 당심의 괴리이고 민심의 이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쟁에서도 내로남불, 이중잣대는 불거지고 있습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 정도는 양반입니다. '뭐가 문제냐'를 넘어 아예 문자폭탄이 '좋은 일이다' 까지 가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선출직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문자폭탄을 두둔하는 분들 중에는 자신에 대한 비판적 칼럼에 대해서 소송으로 대응한 사람도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정당을 결성하거나 입당을 하고 민주적으로 그 정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이념과 정책을 수립하는 것, 정당민주주의 맞습니다. 그리고 당원들이 그 이념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설득하고 지도부와 정치엘리트들을 선출하며 선출된 그들은 당의 이념과 정책에 부합하는 정치활동을 하여 선거를 통해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매우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입니다.
이렇듯 당원의 뜻에 따라 정당이 움직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핵심이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정당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하여는 정치가 극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즉 다수의 당원에 의해 합의된 이념에 의하여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압축성장한 우리나라의 거대 양당은 시스템보다는 지도자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결과 여당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법을 만들고 움직이는 집단, 야당은 기를 쓰고 이를 막는 집단으로 치부될 때가 많습니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정당에서 정당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리 만무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국민들께서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는 지점들에 대하여 우리 당원들의 뜻을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의총이라도 열어서 의원들의 뜻을 물어본 기억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이미 결정되어진 뜻이 있었을 뿐이고 그 뜻에 따라 관성처럼 따라갈 뿐이었습니다. 그 뜻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되는 언행은 문자폭탄으로 조기에 진압되어 묻혀버렸습니다.
결국 누구 말씀처럼 무지개색깔처럼 다양한 70만 권리당원의 성향과 의사는 제대로 한번 수렴되지도 못한 채 2~3천명의 강성 권리당원의 열정과 목소리에 묻혀 원보이스로 변형되어 버리고 맙니다.
이런 것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 정당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요?
정당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당에서는 열혈 당원들의 적극적 문자행동이 당심 형성과정에서 과잉대표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효용감을 상실한 다수는 점차 침묵하게 되어 결국 당심이 왜곡되고 마침내 민심과 괴리될 것입니다.

열혈 권리당원들께서는 볼륨을 조금만 줄여주시고 톤을 조금만 낮춰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저는 소수파로 여러분의 목소리를 막을 힘도 없고 뜻도 없습니다.
그리고 차기 지도부는 열혈 권리당원들의 과잉 대표되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 주십시오. 얼마 전 초선 의원들을 압박한 '권리당원 일동'을 참칭한 성명에 대해서도 일부 중진의원들만 문제를 제기했을 뿐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국민들께서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정치적 의제를 두고 전체 당원을 상대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당의 입장을 형성하는 과정도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슨 욕을 먹어도 좋으나 제발 진심을 곡해하지는 말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주장은 대선 승리를 위한 간곡한 전략 제안입니다.

그리고 윤호중 원내대표께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립니다.
김태년 전 원내대표께서는 본인 임기 말에 대면 의총을 약속했습니다.
윤 대표께도 철저한 방역 절차하에 대면 의총을 성사시킬 방법을 강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의총은 일방적 의견 전달 외에 교감이나 스킨십이 불가능하여 총의를 모으는데 부적합할뿐더러 말하고 싶은 의욕을 반감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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