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제아만 간다' 따가운 시선…"꿈드림센터 들어가기 꺼려져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있지만…대구 8곳 중 5곳 복지센터 내 위치
재학생에 자퇴 사실 들킬까 눈치만…체험, 자격증 취득 수요 감당 못해
예산 부족에 지원 손길 한계…인력도 모자라 세심한 관리 어려워

경북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이 직업역량강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바리스타 실습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꿈드림센터 제공
경북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이 직업역량강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바리스타 실습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꿈드림센터 제공

대구에서 매년 2천여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밖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조언을 받을 만한 곳도 마땅히 없는데,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에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하 꿈드림)가 있지만 접근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황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

몸을 다치는 바람에 좋아하던 춤을 그만두게 된 A(19) 군은 고등학교 진학 후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막상 학교를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A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담임 선생님은 자퇴할 당시 '꿈드림'이 있다고 알려줬지만 그곳도 가기 싫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싫었기 때문이다. A군은 1년 넘게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뒤늦게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학교를 자퇴한 B(18) 양은 한참 방황하다 뒤늦게 찾은 꿈드림에서 자신이 하고픈 공부를 찾았다. 네일·뷰티과정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마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준비에 나섰지만 다시 포기해야할 기로에 놓이게 됐다. 자격증 필기는 센터의 도움으로 마칠 수 있었지만 실기시험을 치려면 학원에 다녀야하기 때문. 엄마와 함께 사는 B양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여서 200만원 가량 되는 학원비를 감당할 길이 없다. 가까스로 찾은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B양은 암담하기만 하다.

학교 공부 대신 예체능을 전공하려던 C(18) 양은 학교를 그만두고 관련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교육청에서 소개받은 꿈드림의 지원을 받아 검정고시를 쳤고 고득점을 받았다. 공부를 목표로 잡고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C양은 센터에서 수능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센터의 지원이 검정고시에 집중돼 있어 수능 준비가 어렵다보니 다시 학원을 찾고 있다.

◆ 학교 밖 청소년이 마음 터놓고 지원받을 수 없는 꿈드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해주는 유일한 공적기관인 '꿈드림'.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이 간다'는 선입견 탓에 청소년들은 이곳에 첫 걸음을 내딛기조차 쉽지 않다.

학교 밖 청소년 D(19) 군은 "인터넷 검색으로 '꿈드림'을 알게 됐는데, 직접 찾아가려니 망설여졌다. 주위에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고, 행여 꿈드림을 안다고 해도 그저 문제 청소년들이 가는 곳으로 여기고 있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이른바 '일진'이 많을 것 같다고 여겨서 오기를 꺼리거나 꾸준히 도움을 받지는 않는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대부분 꿈드림이 예산 문제 때문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시설을 함께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학교 밖 청소년들이 부정적 시선을 걱정해 꿈드림 이용을 꺼리기도 한다. 대구시 8개 구‧군 꿈드림 중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분리된 곳은 중구, 남구, 북구 3곳 뿐이다.

B양은 "정작 도움을 받기 위해 꿈드림 센터에 찾아가지만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시설 내에 있어서 조심스럽다. 그곳엔 재학생들이 많은데, 결국 이유를 떠나서 자퇴한 사실이 드러나고 부정적인 시선이 뒤따를까 걱정스러워 잘 안가게 된다"며 "학교 밖 청소년도 자유롭게 찾아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었는데, 이후에도 계속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 속상하다"고 했다.

◆ 자격증 따려 해도 수십만원.. 정작 돈 없는 청소년들은 지원받을 수 없어

꿈드림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예산 부족 탓에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마음껏 지원받기가 어렵다. 한정된 예산은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청소년 특성별 수요를 맞춰주기도 힘들다.

대구시에 따르면 8개 구·군 꿈드림에 들어가는 연간 예산은 약 9억400만원(여성가족부 기금 70%, 시비 15%, 구‧군비 15%)에 이른다. 예산이 빠듯하다보니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체험 및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모두 운영하기는 어렵다. 결국 일부 청소년은 돈이 없어서 원하는 자격증 취득을 포기하거나 국가자격증 대신 비용 부담이 조금이라도 적은 민간자격증을 따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한 청소년들은 이마저도 부담하기가 힘들어 자격증 취득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적잖다.

대구 한 꿈드림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이 한정적이어서 아이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춰주기 어렵다. 꿈드림 종사자 1명당 적어도 90명, 많게는 180명 이상의 학교 밖 청소년을 담당해야 하다보니 세심한 관리가 어렵다"며 "현재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여성가족부만의 수행업무인 것처럼 업무의 비중이 과도하게 쏠려 있는 경향이 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과의 긴밀한 연계 및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원 대상 아이들에게 혜택이 고루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자립 및 복지 지원 등은 별도로 시 예산을 내려보낸다"며 "매년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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