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가 없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자서전을 낸단다. 출간 시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즈음인 이달 말. 노 전 대통령처럼 자신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의 희생양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머리말이 재미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아니, 그걸 아는 사람이 왜 그짓을 해?
그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표적 수사이자 별건 수사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없는 죄를 뒤집어쓴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가 한만호 씨에게 3억 원을 받은 것은 대법관 13명의 만장일치로 유죄가 인정됐다. 견해가 엇갈린 나머지 6억 원도 8명의 대법관이 유죄로 판단했다.
증언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다. 결정적 근거는 물증. 한 씨에게 받은 1억 원짜리 자기앞수표가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사용되고, 한 씨의 사업이 부도가 난 후 2억 원을 돌려준 사실 등이 법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증거는 거짓말을 못 한다.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은 이미 1·2·3심에서 증거로 채택해 검토한 결과 신빙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한 씨의 진술 역시 강압의 결과가 아니었다.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법원마저 "소환 조사 과정에서 한만호에 대한 강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 씨 자신도 이를 인정했다. "70번이 넘는 출정을 하면서, 허위 진술을 계속 숨기는 게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검사님들이 강압적이지 않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조사받게 해줘서 더욱 죄송하게 생각한다." 법정에서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번복한 한 씨는 위증죄로 처벌까지 받았다.
1심에서 한 씨가 검찰 진술을 뒤집자 검찰에서는 2심에서 동료 재소자들을 증인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들은 한 씨가 주위에 '진술을 번복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들이 갑자기 10년이나 지난 지금 자신들이 '위증'을 했다고 자수를 하고 나섰다. 이 패턴은 매우 낯익은 것이다.
재소자와 전과자를 증인으로 앞세우고, '민본' 소속 변호사가 법률대리인으로 나서고, 친여 매체들이 허위 보도로 분위기를 띄우면, 어용 검사들이 설치기 시작한다. 한동훈 검사장을 잡을 때랑 동일한 패턴이다. 결론도 똑같다. 대검은 이른바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것도 마찬가지. 박범계 장관은 대검의 무혐의 결론에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대검 부장회의에서 재심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검 부장회의에서도 불기소 10표, 기소 2표, 기권 2표로 이른바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기로 결론지었다.
유죄판결의 근거는 증언이 아니었다. 1심에서 핵심적 증인인 한 씨의 진술이 번복되자, 검찰에서는 물증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그 증거들이 인정되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이다. 그러니 위증교사 의혹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사안의 본질과는 무관한 것이다.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모해위증교사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들은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창작하려 한다. 대체 왜 그럴까? 재심은 불가능하고, 복권은 물 건너갔다. 그러니 자신이 무죄인 가상현실을 창조해 그 매트릭스 안에 열성 지지자들만이라도 집어넣으려는 것이다.
이 또한 낯익다. 부인이 1심에서 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어도, 조국 전 장관은 여전히 '정경심 교수가 무죄'인 가상현실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 대깨문들은 그의 프로그램을 현실로 착각해 여전히 표창장이 진짜라고 믿고 있다. 그런 식으로 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트릭이 VR 게임 밖에서 통할 리 없다. 그들의 파렴치한 행동은 국민에게 분노를 안겨줄 뿐이다. 어쩌면 저렇게들 뻔뻔할까. 지금이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서전을 낼 때인가? 그가 내야 할 것은 80%나 밀린 추징금이다. 용을 써 봐라. 그래 봤자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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