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당서 특정 지역 배제?" 野 내부서도 '영남배제론' 반발

야당 대표 '영남후보 배제론' 국민의힘 내부서도 비판 거세
수도권 당직자 지역 안배 주장…나경원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
조경태 "당원들 선택에 맡겨야"…'공정 선출이 순리' 의견 잇따라

국민의힘 김기현 새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당직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새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당직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헌·당규 어디에도 없는 황당한 컷오프(Cut-off)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영남후보 배제론'이다. 정치적 기반이 영남인 인사는 오는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 나서지 말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주도할 제1야당 당수(黨首)로서의 역량과 자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특정 지역 출신은 아예 안 된다는 억지 주장은 당내에서 전혀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대회라는 용광로에서 일체의 차별을 두지 않고 공정하게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순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울산에 지역구를 둔 김기현 의원이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수도권 당직자들 입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당의 투톱 중 하나인 원내대표가 영남 출신 인사로 채워졌으니 당 대표는 비(非)영남 출신 인사가 맡은 공산이 커졌다는 계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주요 당직 충원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이 당직자는 "당의 원내대표와 대표 그리고 대통령 후보의 지역 안배가 골고루 이뤄져야 내년 대선에서 제1야당이 파괴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며 "원내대표에 영남출신 인사가 뽑혔으니 나머지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는 비(非) 영남에서 배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고무된 수도권에선 지난해 총선과 지난달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 쓴 잔을 마신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출신 지역을 이유로 발목을 잡으려는 시도에 대해선 한국 정치의 누적된 폐해인 지역주의 정치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당권 도전의사를 밝힌 조경태 의원은 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당의 지도부는 지역 배분으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의 선택을 받은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라며 "21세기 AI시대에 지역을 따지는 것은 전 근대적인 아날로그식 사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도 조건 없는 경선실시에 힘을 실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과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이 당권주자는 "민간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자리를 잡은 마당에 공당에서 당권주자에 대한 지역차별이 웬 말이냐"며 "지역과 계파 안배에 휘둘리는 부작용 때문에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제도를 폐지했던 우리 당의 혁신역량을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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