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중국은 노동절 황금연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 중국은 요즘 딴 세상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에선 연일 하루 40만 명을 넘나들 정도로 엄청난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3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코로나 대참사를 기록하는 '아수라 지옥'이라면 중국은 '태평천국'이다.

중국 내 여행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거리두기'나 격리 조치 등은 아예 일찌감치 없어졌다.

중국 방역 당국이 발표한 2일 신규 확진자는 해외 유입 15명밖에 없다. 물론 중국의 코로나 관리 통계에는 무증상자나 유사 증세는 포함되지 않는다.

1일 중국의 노동절 연휴가 시작됐다. 5일까지 무려 닷새간의 황금연휴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노동절 연휴가 3일에 불과했으나 당국은 내수경기회복을 명분으로 지난해부터 노동절 연휴를 이틀 더 연장한 5일로 늘렸다. 올해는 4월 25일(일)과 5월 8일(토) 이틀을 대체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5일간의 황금연휴에 대해 별도의 급여 보상이나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없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내수경기회복을 위해 연휴 기간을 늘리는 대신 노동시간이나 업무 공백은 없앨 수 있는 상당히 합리적인 조치다.

연휴 시작 전 2억6천여만 명이 국내 여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연휴가 시작된 1일 하루 국내 여행객은 무려 5천63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노동절 연휴에 비해 무려 111% 증가한 숫자다. 이는 코로나 사태 이전 노동절 연휴 때보다도 늘어난 것으로 중국 경제는 사실상 코로나 사태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때 이른 평가도 나왔다.

베이징의 친구들과 지인들도 너나없이 가족 여행에 나선 모양이다. 모처럼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국내 여행에 나선 사진들이 SNS에 올라왔다. 중국에 거주할 때 노동절 연휴와 국경절 연휴 때마다 평소 가지 못했던 장거리 여행에 나섰던 옛 기억이 선하다. 중국은 완벽하게 코로나 이전으로 모든 것이 돌아간 셈이다.

황금연휴는 고사하고 주말에 국내 여행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여행 폭발이 정말 딴 세상처럼 느껴진다.

이번 노동절 연휴에 중국의 여행 수요가 폭증한 것은 황금연휴를 이용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내 여행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여행 수요가 몰린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올해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라는 점을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것도 여행 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공산당이 창당 선언을 한 상하이와 마오쩌둥의 고향 샤오산, 징강산과 쭌이 등 중국 혁명의 주요 홍색(紅色) 유적지를 찾아나서는 '홍색관광' 분위기가 고조된 것도 노동절 여행 수요 폭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거리두기 실천에도 불구하고 매일 500명 이상의 신규 코로나 확진자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노동절 연휴 여행 폭증 소식이 달갑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행하기 좋은 꽃피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음에도 주말에 근교 여행지에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K-방역 상황은 곤혹스럽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에 오후 10시(수도권) 영업 제한이라는 자영업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지침까지 지켜야 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안전한 코로나 백신마저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시시각각 뉴스로 전해 듣는 우리 국민들의 코로나 불안은 중국의 노동절 연휴 상황에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우한에서 처음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발생한 초기 방역 실패로 전 세계를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내몬 중국이 이제 코로나 방역 성공 국가로 당당하게 등장한 현실도 불편하다. 중국은 일찌감치 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서 3가지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백신의 안전성이나 효능은 차치하고 이미 3억여 명에 이르는 자국민에게 자국산 백신 접종을 마치기까지 했다.

중국의 강력한 통제와 차단이라는 방역이 세계가 따를 수 있는 방역 모델로 인정하기에는 불편하지만 방역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팬데믹 이후 세상으로 진입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했던 팬데믹 이전 세상이 너무나 그리워지게 하는 중국 노동절 연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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