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나리와 도시농업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시상식을 강타했기 때문일까.

자연인을 꿈꾸며 농사짓는 밭에서 미나리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산과 붙은 밭 끄트머리 햇빛이 강하게 들지 않고 물이 고인 곳에 미나리가 자생하고 있다. 줄기가 딱딱하고 잎이 거친 게 야생임을 느끼게 한다. 조금 더 자라면 잘라 먹어볼 생각에 힐링이 된다.

영화 '미나리'의 성공 요인으로 제목을 잘 정했다는 얘기가 있다. 미국 영화인데 Water Parsley(또는 Water Celery) 대신 한글 '미나리'로 한 게 일단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미나리'가 전하려고 한 미국 이민 가정의 강한 생존력을 농작물 미나리는 미국 땅에서 보여준 셈이다.

조금만 자연에 관심을 두면 미나리는 눈에 잘 보인다. 금호강 수로 부근 물이 고인 곳에는 꽤 많은 미나리가 자생한다. 농촌 저수지 물이 들어오는 곳이나 제방 밑 수로에서도 볼 수 있다. 예전 경북대학교 복현동 쪽에는 큰 미나리꽝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재학 당시 술 한잔 먹고 호기롭게 미나리꽝 좁은 논두렁을 지나가다 물에 빠진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땐 미나리가 왜 그렇게 더럽게 느껴졌을까.

요즘 미나리는 도시농업의 총아로 불릴 만하다. 대구에서 조금 떨어진 청도 한재 미나리가 최고로 대접받지만, 대구 팔공산과 달성, 고산 등 도심 외곽에는 미나리 농사로 성공한 농부들이 많다. 대구의 미나리 마니아들은 '미사모'(미나리를 사랑하는 모임)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미나리 농부들이 돈 버는 방식이 특이하다. 불법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하우스나 천막을 치고 불판이 딸린 테이블을 마련, 미나리를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구운 삼겹살에 미나리는 찰떡궁합이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으면 더 풍미가 와닿는다.

미나리 농부들은 출하 시기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미사모'는 매년 2월 중 첫 출하에 맞춰 미나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영진 대구시장을 초청, 시식 행사와 함께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를 하고 있다.

알아서 잘 자라는 작물로 알려졌지만, 미나리 하우스 재배는 상당히 까다롭다. 농부들이 영화 덕을 좀 봤으면 좋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