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생명의 달이다. 산과 들에는 나뭇잎과 들풀이 자라는 소리 요란하고, 시냇가엔 온갖 생물이 지칠 줄 모르고 유영한다. 생명이 약동하는 소리가 지천으로 퍼진다. 우리에게 생명 주신 것에 감사하는 어버이날도, 생명의 경이가 눈앞에 펼쳐지는 어린이날도 5월에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비록 그것이 미생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은 고귀하고, 생명은 경이로 가득하다. 그런데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는 죽어가는 생명,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는 피조물이 울부짖고 있다. 미얀마가 그렇고, 아프리카가 그렇고, 심지어 한국 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고통 받는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생명에 대한 경외 없이 우리가 행복한 삶을 향유할 수 있을까?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는 어린이들에게는 위인으로 통한다. 의료인이든 일반인이든 그를 박애주의자의 대명사로 여긴다. 그의 할아버지도 목사고, 아버지도 목사고 자신도 목사다. 24세에 철학박사, 그 이듬해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강의할 정도로 뛰어난 지식인이었다. 이뿐 아니다. 그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에 대한 연구와 오르간 연주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런 그가 1904년 가을 파리선교회(Paris Society)의 선교 보고서를 접하곤, 인생 지도를 다시 그렸다.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에 수면병이 확산되고 있고, 의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이었다. 서른의 늦은 나이에 의학 공부를 시작했고, 38세에 의사로 아프리카의 적도에 위치한 랑바레네(Lambaréné)로 떠났다.
슈바이처 인생의 모든 조각의 합은 '생명에 대한 경외'(Ehrfurcht vor dem Leben)였다. 그가 말한 경외(Ehrfurcht)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두려워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모든 생명을 사랑할 때 가치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생명은 일체로 다 신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뭇잎과 꽃을 따지 않고 가지를 꺾지 않고 벌레를 밟지 않도록 조심한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생명을 보존하고 증진시키는 것은 선이고 생명을 파괴하고 억압하는 것은 악이라고까지 했다.
슈바이처는 기독교 진리조차 생명을 경외하는 데서 찾았다. 다른 생명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 영성의 길이었고, 다른 존재에 대한 경외가 하나님을 만나는 길이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의 시작과 끝을 '생명의 경외'에서 발견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삶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를 빼버리면 남는 것이 없다. 생명에 대한 경외가 없는 곳에 부모에 대한 존경이 있을 수 있으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싹틀 수 있겠는가?
경외는 두려운 감정을 지닌 채 우리의 마음을 한 가지에 전념하는 데 있다. 우리의 마음이 오롯이 부모에게 향할 때 효가 일어나고, 우리 진정한 마음으로 자녀에게 다가갈 때 사랑이 생긴다. 생명에 대한 경외 없이 어떻게 반려동물을 즐거워하고,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노래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생명에 대한 경외'야 말로 이웃을 사랑하는 근거고, 하나님의 신비를 경험하는 단초다. 생명이 약동하는 5월에 '생명에 대한 경외'를 사색해 본다.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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