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공직의 태도

강은경 서울정경부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3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3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강은경 서울정경부 기자
강은경 서울정경부 기자

"아니, 부총리님 전에는 안 그러셨잖아요?"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달라진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태도에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홍 총리대행이 백신 문제까지 논쟁을 불사하며 정권을 방어하자 "내년에 강원도지사 출마하신다더니 사실이냐"며 비꼬아 물은 말이다.

홍 총리대행은 야당 의원들의 말을 중간중간 끊기도 했고, 야당이 지적하자 "잘못된 것을 전 국민이 보게 하느냐"며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십자포화를 받으며 번번이 소신을 접고, 사표를 번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하면서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렸던 때와는 달랐다.

더 난감한 태도 논란에 직면한 이도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2030 코인 민심의 분노를 샀다.

이는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분출됐고, 현재 15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청년층의 벼랑 끝 투자 열풍, 그 이면에 대한 사회적 통찰이나 공직자의 책임 의식, 어른으로서의 고민이 아닌 아랫사람을 가르치려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반발이다.

일반 공직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떠올려 봤다. 지금처럼 코로나19와 살아가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그때로 돌아가 보면 작년 2월은 대구 시민들에게 '자발적 봉쇄'로 버텨 냈던 고립과 상처의 순간이었다.

마스크 우선 공급은 되지 않았고 대구를 오가는 교통편은 중단됐으며 지역 자영업은 빈사 상태에, 취약계층 아이들과 어르신들은 위기에 노출됐었다. 재난지원금이 언급되기 이전이었고 당시 교수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한시적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 긴급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A과장은 이러한 여론에 대해 "왜 정부 대책(융자, 특례보증 형식)이 체감되지 않느냐. 더 해줄 수 있는 정부 방식이 뭐가 있느냐"는 날 선 대답을 내놨다. 단적인 예지만 분명한 당국의 고민 부재였다. 현장과 행정의 뼈아픈 괴리였고, 한계에 달한 국민의 고통을 대하는 날것 그대로의 공직자 태도였다.

이러한 태도 이면에는 우월적 사고와 오만이 거침없이 풍겨 난다. 이들이 만든 정책의 '태도'는 어떠했나.

25번째 정책에도 들끓는 집값, 종부세 완화 움직임에 흔들리는 정책 신뢰감, 논리도 없이 김해신공항 건설을 폐기하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식화. 이로 인해 40억 원이 넘는 세금이 물거품이 됐음에도 사과는 없다. 복지부동과 보신이 태도가 된 공직자들은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정책에 실수도 실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가 증명했듯 민심은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LH 투기 사태'를 대했던 거대 여당과 정부의 '태도'를 압도적인 결과로 심판했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일지라도 자신들의 표준만 고집하고 외부와 단절되면 세계시장에서 퇴출되는 현상을 일컫는 '갈라파고스 신드롬'처럼 말이다.

끝으로 공직의 태도를 정의할 수 있는 답이 떠오르긴 했으나 정작 당사자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돼야지, 그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2017년 문재인 대통령,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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