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터지고 낡고' 포항제철소~지곡동 난방배관, 관계자들 "누수 돼도 문제 없다"

설치 20년 넘은 '포항제철소~지곡동 난방배관', 땅꺼짐 우려까지 커져
전문가들 "전체 교체해야" VS 포스코O&M측 "누수 돼도 문제 없다"

포항시 남구 연일대교 부근에 묻힌 지역난방배관에 구멍이 나 지난 3월부터 한달 반 동안 교체작업이 진행됐다. 박승혁 기자
포항시 남구 연일대교 부근에 묻힌 지역난방배관에 구멍이 나 지난 3월부터 한달 반 동안 교체작업이 진행됐다. 박승혁 기자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보금자리인 포항시 남구 지곡동 일대로 이어진 지역난방 매설 배관이 낡고 곳곳이 터지면서 해당 구역의 땅꺼짐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관련업무를 맡는 포스코O&M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소결공장에서 형산강 다리를 거쳐 포항남부경찰서와 효자 사거리, 지곡동으로 연결된 지역난방 배관이 설치 20년이 넘어 매년 누수 등에 대한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는 2001년 포항제철소의 철강제조 과정에서 나온 열을 포항실내수영장과 지곡동 주택단지 난방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해당 배관을 설치했다.

하지만 배관 수명(25년 가량)이 가까워지면서 2, 3년 전부터 각종 보수공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포항 남구 연일대교 아래 땅 속 배관에 구멍이 뚫리면서 누수가 발생해 한 달 넘게 보수공사가 진행됐고, 포항장애인종합복지관 주변 지하 배관 피복이 벗겨지면서 교체 공사가 6월까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와 2019년에는 효자 사거리 일대에서 배관 교체 공사가 진행됐다.

문제는 배관이 터지거나 고장 나 물이 새어나와도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배관 피복이 벗겨진 상태로 오랜기간 방치돼 주변에 공간이 생기면 땅이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O&M 측도 "열영상 장비 등으로 배관이 묻힌 지하 일대를 중심으로 누수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결국 누수가 한참 진행된 뒤 온수에서 나온 열이 바닥으로 올라와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12월 경기도 고양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지하 배관인 열수송관이 터져 1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열 수송관의 누수 여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데다 관로 교체 타이밍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터진 사고였다. 포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포항의 경우 20년 전 관을 매설할 당시에는 쓸모없는 땅이나 논밭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로 등으로 크게 바뀌어 자칫 땅꺼짐 사고가 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배관 매설 당시에는 깊이가 3m가량이었지만 성토 등 개발이 이뤄져 남구 효자동의 경우 현재 깊이가 10m로 깊어져 누수가 터져 열이 지면에 올라오기까지 엄청난 양의 물이 땅 속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만큼 위험성은 커지고 이에 대한 인지는 늦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난방매설공사의 한 전문가는 "배관 상태 파악이 어려운 만큼 물이 얼마나 새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수명을 다한 노후 배관 전체를 빠른 시일 내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O&M 관계자는 "땅에 열이 올라오는 현상이 발견되면 즉시 교체공사에 들어가고 있다"며 "누수가 있다고 땅꺼짐이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안전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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