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의 마야 원주민 출신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는 멕시코 망명 중이던 1983년 자서전 '나, 리고베르타 멘추'를 펴냈다. 과테말라 내전 동안 백인 농장주들이 아버지가 개간한 땅을 빼앗고, 정부군이 오빠를 산 채로 화형시키고, 남동생이 굶어 죽었다는 내용이다.
1998년 미국 인류학자 데이비스 스트롤의 현지 확인 결과 모두 거짓말이었다. 멘추 아버지는 백인 농장주들이 아니라 같은 마야족 원주민인 처삼촌과 수십 년간 농토 분쟁을 벌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굶어 죽었다는 남동생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농장에서 중노동하느라 학교 문턱에도 못 갔다고 했으나 도시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중학교 1년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두를 다퉜던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1990년 출간한 자서전 '타고난 재능'에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것을 제안받았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확인 요청에 웨스트포인트 대변인은 "카슨이 응시했거나 입학을 제안받았다는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한 카슨 측의 변명이 걸작이었다. "당시 군사령관들로부터 구두로 '비공식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서전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례는 널렸다. 공통점은 자서전의 거짓말이 전문가나 언론의 검증으로 사후에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이미 입증된 사실을 자서전을 통해 사후에 부인하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는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를 이달 말쯤 출간한다. 한 전 총리는 여기서 "나는 결백하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고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며 자신을 정치공작과 조작 재판의 희생자로 포장한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모든 자서전은 거짓말이다. 무의식적 거짓말이 아니라 고의적인 거짓말이란 뜻"이라고 했다. 한명숙의 자서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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