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공무원 '워킹맘' A씨는 스마트폰과 게임에 푹 빠진 아이와 매일 설전을 벌인다. A씨의 아들은 코로나19 사태 여파에 따른 비대면 수업으로 지난해부터 홀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A씨는 "지난해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된 아이와 싸워가며 습관을 고쳐놨는데, 학교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동안 다시 이전 일상으로 돌아갔다. 출석 체크조차 안 한다며 학교에서 전화가 올 정도"라고 말했다.
4, 5세 연년생 자녀를 둔 직장인 B씨는 휴일에 갈 곳이 마땅찮은 날엔 부모, 자녀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B씨는 "주말에 날씨가 안 좋으면 백화점이나 키즈카페라도 가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나가봤자 양가 부모님 댁이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언성을 높일 때가 잦아졌다"고 했다.
5일은 어린이날. 코로나19가 어린이들의 일상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미디어에 더욱 자주 노출되고, 삶의 만족도도 떨어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국 초교 4학년~고교 2학년 1천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 아동행복지수'에 따르면,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17년(7.27점, 10점 만점)에서 6.93점으로 떨어졌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 있다'고 답한 아동은 2018년(1.4%)에 비해 4.4%로 증가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최근 만 18세 미만 아동(아동복지법 기준)과 부모 15만9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보호자의 52.1%가 '자녀와 PC·스마트폰 함께 보는 시간'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TV 함께 시청하는 시간' 역시 영유아 보호자의 56%가 '늘었다'고 했다.
비대면 학습이 일상화되면서 다문화가정 등 취약 가정을 중심으로는 학습 결손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었다.
초교 5학년 자녀를 둔 중국 출신 학부모 C씨는 "온라인 수업을 할 때 아이 옆에 붙어 있어도 사회, 국어 같은 과목은 나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가 물어봐도 다른 엄마들처럼 바로 해결이 안 되니 둘 다 답답해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아동의 일상, 정신건강, 학습 영역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소득격차에 따라 어려움의 정도는 다르게 나타났다"며 "아동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돌봄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아동돌봄체계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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