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여인의 마음을 녹이는 파티의 분위기 메이커

샴페인의 톡 쏘는 상큼함과 과일 향,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기포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과 끝없는 매력은 가히 여인의 마음을 녹이는 파티의 분위기 메이커다. 마리 앙뚜아네트는 오늘날 축배용으로 사용하는 소서형 쿠프 샴페인글라스를 자신의 젖가슴을 사용하여 금형을 만든 후 그 모양대로 잔을 만들어 샴페인을 마셨고, 섹스심벌 마릴린먼로는 샴페인을 산소처럼 마시면서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한번 목욕하는데 350병이나 욕조에 넣어 사용했다.

우리가 흔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 발포성 와인을 스틸와인(Still Wine)이라고 부른다. 샴페인은 탄산가스를 함유하고 있어 발포성(Sparkling) 와인에 속한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담은 후 다시 설탕과 효모(yeast)를 첨가하여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시킨 것이다. 샴페인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술이며, 무엇보다 축제와 파티, 즐거움이 함께 하는 와인이다.

샴페인이란 프랑스의 상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에만 붙일 수 있으며, 샹파뉴 지방을 제외한 지역에서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은 무쎄라고 하며, 부르고뉴와 알자스 지방에서는 크레망이라고 부른다. 이태리에서는 스푸만테, 스페인은 까바, 독일은 젝트,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부른다.

샴페인의 스타일은 도자쥬(dosage: 찌꺼기 제거를 위한 분출을 하고 나면 찌꺼기와 함께 와인의 일부가 유실되어, 잃어버린 만큼 와인과 사탕수수 혼합액을 다시 채워 넣는 것) 단계에서 결정된다. 당도에 따라 엑스트라 브뤼(전혀 감미가 없음), 브뤼(감미가 덜함), 엑스트라 섹(약간의 감미), 섹(보통의 감미), 드미 섹(상당한 감미), 두(아주 달다)의 6단계로 나뉜다. 또 샴페인 이름에 사용되는 '퀴베'(Cuvee)라는 단어는 첫 번째 압착에서 얻은 가장 좋은 포도즙으로만 만들었다는 것으로 최고급 샴페인을 뜻한다.

샴페인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버블(bubble, 거품)이다. 잔에 따른 후 고급품일수록 수정같이 맑고 윤이 나며 밑면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고 그 거품의 크기가 작다. 싸구려는 굵은 방울이 처음에 좀 올라온 후 없어져 버린다. 특히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 병을 세게 흔든 뒤 마개를 따는 경우는 가격부담이 적은 것을 택하고, 샴페인을 직접 음미하고 싶다면 거품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마개를 조용히 돌려가며 빼는 것이 좋다.

샴페인의 적정한 음용 온도는 마시기 30분 전에 얼음 통에 넣어두거나 일반적으로 7~9도에서, 오래 숙성된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는 약간 높은 10~12도에서 더욱더 좋은 맛과 향이 난다. 잔은 오랫동안 거품을 간직할 수 있고 차가운 온도를 유지해 줄 수 있는, 좁고 깊은 플루트 모양이 적당하다. 사랑과 기쁨, 축하를 나누는 데 있어 샴페인만큼 낭만적인 것은 없다. 황금빛 색상과 아름다운 기포의 향연, 가벼운 폭발음, 어떤 상황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희열이 숨어 있는 샴페인은 단연히 파티를 빛내주는 와인이라 하겠다.

부드러운 감각의 유희 "샴페인은 마시고 난 뒤에도 여자를 아름답게 하는 유일한 와인이다."라는 퐁파두루의 말처럼 쉴 새 없이 긴 기둥을 이루며 솟아오르는 작은 기포들의 행렬은 여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톡 쏘며 싸하게 퍼져가는 복합적인 오크와 과일, 꽃향기의 조화로운 맛 속에 여인의 마음은 스르르 녹아 버린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와인 중 하나가 샴페인이다.

고급 샴페인의 병 하나에는 수백만 개의 기포가 들어있고 이 거품은 샴페인 마개를 열었을 때만 나타나며, 샴페인 잔 하나당 100만 개 정도의 작고 우아한 기포가 발생한다고 한다. 섹시한 샴페인의 매력처럼 사람도 본인이 자신감을 가지고 매력 있다고 생각할 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은 바로 호감, 좋은 느낌에서 풍겨 나온다. 외모보다 그 사람의 내면에서 풍기는 좋은 느낌, 자신감, 유머,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그 필요조건들이 그의 언어와 눈빛을 더욱 빛나게 한다.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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