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가상화폐도 '광풍'…김치코인·김치프리미엄 주의보

국내 전용 유통 가상화폐 ‘김치코인’, 유동성 크고 시세조작·상폐 등 투자자 피해 우려
국내 시세 유독 높거나 낮은 ‘김프·역김프’ 시세차익 꾀하다가 법적 처벌 처할 수도

국내 가상화폐 주요 4대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세계적 폭락을 겪고도 반등하는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붐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만들고 상장해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이른바 '김치코인'(한국을 상징하는 '김치'+가상화폐를 이르는 '코인')이 높은 수익률을 이유로 관심받고 있다.

가상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 이를 제외한 알트코인 중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더리움, 리플과 달리 김치코인 상당수는 변동성이 커 투자 시 손실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유독 시세가 높거나 낮은 '김치 프리미엄' 역시 투자 전략으로 삼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서만 유통되는 가상화폐, '투자가치 의문'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에서는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받은 개인만 가입할 수 있고 법인 계좌는 개설할 수 없다 보니 개인투자자들만 거래할 수 있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투자 비중이 높은 외국 가상화폐 시장과 달리,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커 위험한 알트코인에 쏠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세계 가상화폐 거래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은 40% 수준이다. 이와 달리 한국에선 비트코인 거래 비중이 7% 안팎에 그친다. 90% 이상이 알트코인 거래에 쏠린 것이다.

그 중에도 '김치코인'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4대 거래소에 상장한 약 580개 가상화폐 중 120여 개가 한국 코인이다. 개발자가 한국인임을 공개하지 않고 외국에서 가상화폐를 공개(ICO)해 발행한 경우까지 감안하면 한국 코인 종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량만 보면 한국 코인이 '메이저' 알트코인을 뛰어넘기도 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의 24시간 거래량은 3천232억원, 이더리움은 3천495억원이다. 같은 시각 아로와나토큰이 278억원, 밀크가 69억원, 메타디움이 46억원, 메디블록이 29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 시총의 1%도 되지 않는 메디블록은 가상화폐 가격이 한창 고점을 달리던 지난달 한때 거래량이 4천억원에 달했고, 밀크와 메타디움도 각각 2천800억원, 652억원 등까지 치솟은 바 있다.

지난달 20일 상장한 아로나와토큰 경우 상장 당일 오후 2시 30분에 50원으로 거래를 시작, 오후 3시 1분 5만3천800원으로 무려 10만7천500% 폭등하기도 했다. 아로와나는 블록체인 기술로 금을 유통하는 체계의 신뢰도를 높여 개인 간 금 거래를 편리하게 해 주고 관련 비즈니스를 양성화하려는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한글과컴퓨터 그룹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사 한컴위드가 지분에 투자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코인 프로젝트 상당수가 금융거래·자산가치 측면에서 큰 이점이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3개월 간 1천%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한 한국 코인 경우 백서(개발 이유와 작동 원리, 수익구조,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 등을 담은 것) 내용만 보면 개발사에서 구매한 제품에 대해 '포인트 적립'을 해 주는 목적 뿐인데도, 블록체인을 접목해 거래소에 상장한 뒤 차익을 누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아직까지 가상화폐 시장은 법적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보니, 이를 노려 시세를 조종하는 등 이익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크다.

한국 코인 중 '고머니2' 경우 상장폐지에 처하면서 투자자 손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머니2는 최근 5조원 상당 투자를 받았다고 업비트에 공시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나 업비트가 이를 상장폐지했다. 고머니2 발행업체 측은 "상장폐지는 부당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가상화폐 주요 4대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모습. 연합뉴스

◆외국 거래소와 '김치프리미엄' 차익 거래, 처벌 소지

한국에서만 유독 거래량이 몰려 시세가 높거나 낮게 책정되는 '김치 프리미엄'(김프)도 주의해야 한다. 한국 시세가 높으면 '김프가 꼈다'고 표현하고, 한국 시세가 낮다면 '역프가 발생했다'고 부르곤 한다. 김프가 낀 가상화폐 경우 국내 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하면 오히려 가격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위험 요인이다.

또 김프를 노려 외국 거래소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상화폐를 사들인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해 차익을 버는 경우도 빈번한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소지가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 1월 3~4% 수준에 그쳤으나 4월 중순쯤엔 10~20%까지 끼며 국내 가상화폐 투자가 과열됐음을 나타냈다. 지난달 14일 빗썸에서 1비트코인이 약 8천100만원에 거래될 당시 중국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는 1비트코인이 약 7천100만원에그쳤다. 가격으로 1천만원, 비율로 따지면 14% 비싸게 거래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선 김치 프리미엄 차익거래 방법을 알려주는 누리꾼이 크게 늘었다. 해외로 돈을 송금해 가상화폐를 산 뒤 한국 거래소 가상화폐 지갑으로 보내고, 이를 팔아 생긴 자금을 다시 해외로 송금해 가상화폐를 사는 식이다.

외국으로 자금을 송금할 때는 1건 당 5천달러 이하에 한해 별도 외환신고나 외국환은행 확인 절차가 필요없어 비교적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다. 5천달러가 넘거나 가상화폐 구입을 목적으로 한 송금은 은행 확인절차를 밟아야 하거나 제지받는다.

이 때문에 쪼개기 외환송금이 유행 중이다. 그러나 송금하려는 총액이 5천달러를 넘고, 법망을 피하려 고의로 분할해 보낸 사실이 확인된다면 관련법에 따라 합산한 금액을 한 차례 송금한 것으로 취급된다. 이에 외환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위반액수가 10억원 미만이면 과태료 부과 대상, 10억원을 넘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가상화폐 관련법이 모호한 탓에 관련 거래를 하더라도 규제·처벌 대상인지 알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 또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상당수 가상화폐에 비해 '김치코인'은 국내 이슈만으로도 크게 영향받으므로 큰 피해에 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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