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인 청년가구' 빚 더 늘었는데…일회성 일자리 대책만

대구 청년 30% 부채, 평균 4074만원…2년 사이 1천만원 가까이 증가
빚 절반은 생활·주거비 차지
취업 연계 떨어지는 일자리 사업…"돈 몇 푼 쥐어진다고 해결 안돼"

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대구경북 지역 20대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구 시내 독서실에서 한 대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하며 장기·분산투자 공부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대구경북 지역 20대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구 시내 독서실에서 한 대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하며 장기·분산투자 공부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시가 주관한

청년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청년 취업난과 빈곤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은 부족하다.

♦코로나 이후 심각해진 청년 부채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던 A(25)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화장품 판매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확산되며 일하던 매장이 폐업했고, 3개월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포항에 계신 부모님에게는 손을 벌릴 수 없었다. 홀로 생계를 책임져오던 아버지 역시 코로나로 인해 휴직했기 때문이다.

일한 기간이 짧아 A씨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지만 필수 생활비는 지속적으로 나갔다. 당장 돈이 필요했던 그는 신용이 낮은 사람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신용카드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을 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빚은 300만원까지 늘어났다.

청년빚쟁이네트워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대구지역 청년 금융생활 조사'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하고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비율은 32.1%였다. 대구지역 청년 10명 중 3명이 부채를 지고 있는 것이다.

부채 중 절반은 생활비(26.5%)와 주거비(25.9%)가 차지했다.

이들 중에서 45.4%가 혼자 산다는 점을 비교해볼 때 코로나 이후 소득이 끊어진 상황에서 1인 청년가구의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청년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생활 조사 결과 지난해 청년채무자의 평균부채는 4천74만원이었다. 2018년 대구지역 청년채무자 평균부채가 3천8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청년 채무자의 부채규모가 1천만원가량 많아진 것이다.

최유리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상담 10건 중에서 부채가 있는 청년들은 2~3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는 5~6건으로 2배로 늘어났다. 청년들 대부분이 코로나 이후 실업, 해고로 인해 빚을 내는 경우가 점점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부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엄창옥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대구에서도 시민, 기업, 지자체 등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청년 부채 문제를 경감할 수 있는 '청년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청년부채 중에서는 학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부채도 꽤 있으므로 한국장학재단에서도 미국처럼 금리를 낮추거나 융자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코로나 이후 부채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시가 주관한 '청년 Pre-Job' 공공분야 채용에 응시한 젊은이들이 대구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상설시험장으로 인성검사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청년정책에 1인 청년 빈곤 가구는 없어

현재 대구시가 시행하는 청년정책은 '취업 장려'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고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은 취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혼자 사는 청년 B(27) 씨는 "지자체 시행 사업의 경우 신청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다"며 "청년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줘야지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으니 이거라도 찾아가라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일자리 자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1인 청년 가구의 고민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아현 청년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청년들을 빈곤층으로 보는 시선이 부족한 것 같다"며 청년 빈곤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행정기관에선 청년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도외시한 채 '청년이라면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 역시 강하다.

기초수급을 담당하는 구청 관계자는 "긴급생계지원자금, 공공일자리 참여 등 실직,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많다고 생각한다"며 "지급 업무를 맡고 있는 우리의 입장으로선 부정수급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청년센터장을 맡은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청년이 겪는 문제는 복합적이다. 하지만 현재 청년정책은 일자리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돈 몇 푼 쥐어준다고 청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에 더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