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미래 먹거리, 실험실 고기 vs 3D 프린팅 음식

점심은 실험실서 만든 쇠고기, 저녁은 3D 프린터로 찍어낸 피자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방법으로 생산한 고기를 실험실 고기(Lab meat) 또는 클린미트(Clean meat)라고 한다.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방법으로 생산한 고기를 실험실 고기(Lab meat) 또는 클린미트(Clean meat)라고 한다.

"미국의 전통음식은 뭐예요?"라고 물었다가 미국인의 당황해하는 표정만 봤다. 우리에게는 전주 비빔밥, 함흥 냉면, 춘천 닭갈비, 대구 막창처럼 지역마다 여러 전통음식이 있다. 그런데 예전 미국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전통음식에 대해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추수감사절에 친구의 초대로 들른 켄터키 주에서 인심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만든 닭튀김 요리 가게에 갔을 때 미국의 전통음식을 하나를 발견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이었다. 그리고 보스턴에서 거리에 즐비한 던킨 도너츠 가게들을 보았고 그곳이 그 도너츠의 고향인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맛난 전통음식을 이야기할 때 과거에 경험한 음식들에 대해 향유하며 추억한다. 그런데 미래에는 어떤 전통음식이 유행하게 될까?

◆환경오염의 주범, 붉은 고기

발갛게 달아오른 숯불 위에서 방금 구운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면 정말이지 살살 녹는다. 입안 가득 풍기는 향과 맛 그리고 육즙을 가득 머금은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 그야말로 행복감이 입안에서 솟아난다. 이처럼 우리가 즐기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동물을 사육한 후 도축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른다. 그런데 이러한 가축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라고 2006년에 밝혔고, 유엔은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사람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나 된다고 2013년에 밝혔다. 이처럼 가축에 의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자 유럽에서는 붉은 육류를 먹지 말자는 시민운동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당장 고기를 끊고 채식주의로 돌아서기도 어렵다. 과학기술로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방법으로 생산한 고기를 실험실 고기(Lab meat) 또는 클린미트(Clean meat)라고 한다.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방법으로 생산한 고기를 실험실 고기(Lab meat) 또는 클린미트(Clean meat)라고 한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들자!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 한 덩어리는 가만히 보면 하얀 지방 옆에 붉은 빛깔의 살점이 있는데 이는 수 많은 세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소고기의 최소단위 구성성분은 세포다. 그렇다면 레고블럭을 쌓아서 집을 만들 듯이 소고기의 세포들을 실험실에서 배양해서 많은 수로 증식하도록 하면 소고기 한 덩어리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얻은 소고기 덩어리로 스테이크 요리를 해먹어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과학자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만들었다.

이처럼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방법으로 생산한 고기를 실험실 고기(Lab meat) 또는 클린미트(Clean meat)라고 한다. 옥스퍼드대학과 암스테르담대학 공동연구팀은 클린미트 방법은 기존 방법에 비해서 온실가스 배출이 96% 적고, 에너지 사용량이 45% 줄어들뿐만 아니라 토지 사용량도 99% 감소할 것이라고 2011는 발표했다.

◆실험실 고기를 만든 기업

2013년 네덜란드의 모사미트 기업은 세계 최초로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었다. 이후 2016년 멤피스미트 기업이 세계 최초 배양 미트볼도 만들었다. 생물 실험실에서 세포를 키워서 만들었다고 하면 왠지 좀 꺼림칙하고 맛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살아있는 소 세포를 아주 깨끗한 실험실 공간에서 좋은 영양분을 주어서 세포를 배양하기 때문에 청정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과 같은 걱정이 없는 청정고기(클린미트)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돈과 시간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클린미트 햄버거용 패티 하나를 만드는 데에 3억 원 정도의 돈과 2년이라는 시간이 들어갔다. 이후 클린미트 제조 비용은 2019년에 10만원 정도로 내려갔고 2030년에는 1천원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 비용은 내려가고 품질은 좋아지면 기존 동물을 사육해서 육류를 얻는 방식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우리는 마트에서 '오염 걱정 없고 친환경적인 실험실 고기'라는 문구를 보게 될 것이다.

뉴사이언티스트에 의하면 작년 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60개 정도의 벤처기업이 실험실 고기를 개발 중에 있다. 세상에 실험실 고기라는 것이 등장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가 실험실 고기를 사서 숯불에 구워먹는 날이 올 것 같다.

3D 프린터로 음식을 프린트하는 기술을
3D 프린터로 음식을 프린트하는 기술을 '3D 음식 프린팅(3D Food Printing)'이라 한다.

◆3D 프린트로 만든 음식

요즘 세상에 별난 물건 중 하나가 바로 3D 프린터다. 말 그대로 3차원(3D) 물체를 프린트해내는 기계다. 몇 년 전에 3D 프린터로 만든 보트와 집이 뉴스에 나와서 신기했는데 요즘은 별별 물건을 프린트해낸다. 의료용으로 손 모형, 두개골 보형물, 치아 등을 3D 프린터로 프린트해서 만들어내고 있는데 최근에는 음식도 프린터해내고 있다.

3D 프린터로 음식을 프린트하는 기술을 '3D 음식 프린팅(3D Food Printing)'이라 한다.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2000년대부터 기술개발이 시작되었고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도 생겨났다.

3D 프린터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음식 재료를 통에 넣어두고 국수 가락을 밀어내어 뽑듯이 피스톤으로 밀어내어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다양한 음식 재료들을 여러 통에 각각 넣어둔 후 취향에 맞게 메뉴를 선택해 누르면 이 재료들을 알아서 배합하여 음식을 만들어주는 3D 프린터도 최근에 개발되었다.

3D 프린터로 음식을 프린트하는 기술을
3D 프린터로 음식을 프린트하는 기술을 '3D 음식 프린팅(3D Food Printing)'이라 한다.

2017년에 일본의 오픈밀즈 기업은 초밥을 만드는 3D 프린터인 픽셀 푸드 프린터를 개발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작년 7월에 3D 프린터로 닭고기를 생산해서 판매하기 위한 연구를 KFC와 모스크바에 있는 3D 생명공학 프린팅 솔류션 연구소가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에 3D 프린터로 피자와 파스타와 같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푸드플러스 2015' 행사에서 시연되었다.

세계 3D 음식 프린팅 시장은 2017년에 635억원 정도였는데 2023년에 6,399억원 정도로 10배나 성장할 것이라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나와있다. 이처럼 급속한 성장으로 머지않아 집집마다 피자와 파스타와 같은 음식을 만들어주는 3D 음식 프린터를 하나씩 들여놓을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신대륙과 구대륙 사이에 많은 물자들이 이동했다. 이 가운데는 먹거리 자원도 포함되어 있다.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이동한 식량 자원은 토마토, 감자, 옥수수, 칠면조, 고구마 등이며,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옮겨진 식량 자원은 올리브, 복숭아, 바나나, 사탕수수, 포도 등이다. 이제 첨단기술로 만든 실험실 고기와 3D 프린터로 만든 음식이 대륙을 넘나들고 있는데 머지않아 우리 식탁 위로 올라 올 것이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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