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천 개의 아이디어보다 한 번의 실행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옛말에 '관주위보'(貫珠爲寶),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많아도, 그것을 엮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종종 소위 '대박'을 터뜨려 돈과 명예를 거머쥔 서비스나 제품을 보며 '아, 나도 상상해 본 적 있는 아이디어였는데!'라고 아쉬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머릿속에만 두었느냐, 실행에 옮겼느냐가 결국 혁신이라는 큰 차이를 만든다.

많은 이들이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은 세상에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가들에 의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혁신은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탄생하기도 한다.

물론 실행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은 0%일 뿐이다. 처음부터 실행이 거창한 행위일 필요는 없다.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고 무언가를 끄적여 보는 작은 실행에서조차 미래를 바꿀 힘이 나올 수 있다.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자만이 혁신을 쟁취할 수 있다.

퍼스트 펭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세상의 끝, 남극 대륙에 서식하는 펭귄들은 생존을 위해 바다에 뛰어내려야 한다. 수많은 천적이 도사리고 있는 바닷속에 뛰어드는 일은 그들에게 두려움 그 자체이다. 머뭇거리는 펭귄들 사이, 단 한 마리의 펭귄이 과감하게 바다로 뛰어들고 이윽고 다른 펭귄들도 연이어 입수한다. 이때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험 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든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 하며, 불확실한 환경을 무릅쓰고 도전을 실행한 이 퍼스트 펭귄은 무리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여기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1949년, 37세의 젊은 무명 작가 잭슨 폴록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미술사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잭슨 폴록 이전에도 그의 '행위'와 비슷한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제치고 잭슨 폴록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그의 실행이었다.

그는 이젤에서 캔버스를 끌어내렸다. 물감을 붓고, 뿌리고, 튀기며 캔버스라는 대상을 그리는 도구가 아닌 행위의 흔적을 담는 공간으로 여겼다. 그는 말했다. "저는 생각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냥 해보는 것, 그것이 제 그림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그의 작품 'No5'를 1천800억 원이라는 역대 경매가 1위에 낙찰되게끔 했다. 한 번의 실행이 시대를 대표하는 창조의 꽃을 피운 것이다.

'나다움'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신조어)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펼쳐 보이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강하다. 이제까지는 개인이 아이디어가 있어도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나 제도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3D 프린터, 레이저 기기 등을 활용해 개인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와 같은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한 지원책이 점점 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혁신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면, 그들에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그들의 과감한 실행을 뒷받침해 줄 기관들의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처음부터 일어나는 혁신은 없다. 아무리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칠 뿐이다. 실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도전을 위한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꾸준한 실행과 성찰의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는 조금씩 성장한다. 누구나 머릿속에 한두 개씩 가지고 있는 작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고 노력할 때, 그 아이디어의 실행은 혁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개인의 용감한 실행이다. 천 개의 아이디어보다 더 가치 있는 한 번의 실행, 지금이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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