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홈쇼핑 채널에서 국내 유명 스크린 골프업체의 골프레슨 이용권을 판매했다. 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실내골프연습장에서 IT기술을 접목한 스윙교정,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정확한 레슨을 제공한다고 선전했다.
최근 초보자를 지칭하는 단어로 각종 단어에 어린이를 합성한 신조어인 'O린이'가 유행하고 있다. 골린이라고 불리는 초보골퍼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전 메이저리거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프로골퍼 도전은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 자격으로 최근 참가한 KPGA대회에서 성적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의 새로운 도전은 축하받기 마땅하다. 한국 여자 골프의 중흥기를 이끈 박세리 역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2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바야흐로 골프 전성시대이다. 24시간 방송되는 TV골프채널도 여러 개이고, 유명 프로골퍼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도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 방법이 더 다양해지고 쉬워졌으며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런 트렌드를 앞당겨 정착시켰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필자는 가끔 손자와 골프를 즐긴다.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중학생이 된 지금은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의 거리를 내가 따라갈 수 없다. 다만,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숏게임으로 아직 건재함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할아버지가 기억 속에 없고, 아버지는 한국 전쟁 중에 일찍 돌아가셨다. 당연히 함께 했던 추억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제법 구력이 느껴지는 손자를 볼 때마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취미가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억은 잊을 수는 있지만 고칠 수는 없다고 한다. 자칫 고리타분할 수 있는 '밥상머리교육'을 대신하여 골프 에티켓을 알려주겠다는 빌미로 이런저런 잔소리 시간도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
머지않아 모든 면에서 나를 뛰어넘는 아마추어 골퍼가 될 손자를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자식들이 한창 크던 때는 늘 바쁜 나날을 보냈기에 자상한 아버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아침식사 자리에서 부족한 것만 쏙쏙 뽑아서 밥이 입으러 들어가는지 알 수 없게 혼을 내곤 했다. 칭찬은 맛있는 반찬을 준비한 아내에게도 인색했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식농사를 잘 짓는 길이며 가장의 역할이라는 신념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후회막급이다.
아이들과 함께 골목도 누비고 오락실, 만화방도 같이 가고 떡볶이도 함께 먹으며 친한 친구가 누군지, 뭘 좋아하는지 등등 함께 나누며 그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골프를 통해 평소 나누지 못했던 여러 대화를 이어간다. 손자가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친한 친구는 누군지, 여자친구는 있는지도 슬쩍 캐보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학교 친구들에게 할아버지와 골프 쳤다는 이야기를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하니 지난날의 죄책감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부모는 항상 부족함을 안고 사는 자리다. 더 못해줘서 미안할 뿐이다. 어느덧 성장한 자녀가 가정을 이루고 또 자식을 낳고 기르며 부모가 되어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골프는 부모와 자식이 세대의 벽을 넘어 기량의 차이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구'이다.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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