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꽃으로 기억에 남는 헬싱키를 떠나며
교향시 들으며 디자인으로 채운 듯 한 도시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절제된 미학이 주는 아름다움과 아기자기하게 돋보이는 매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던 같다. 숲과 호수와 바다의 도시 헬싱키는 북유럽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헬싱키에서 대부분 걸어서 낭만적인 거리와 항구 그리고 헬싱키 중심부에서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건축물의 아름다운 분위기에 흠뻑 빠져버린 것 같다.
마지막 날 트램을 타고 항구로 나왔다. 싱싱한 채소부터 과일과 펄떡이는 생선들이 매일 거래되는 피쉬마켓에서 배낭여행자는 맛있는 한 끼 식사쯤 해결하는 즐거움의 호사도 누렸다.이곳과 달리 혹독한 추위로 눈과 얼음이 북극을 향하는 쉐빙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 낭만의 도시 헬싱키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으로 떠나기로 했다.

비행기로는 한 시간 거리지만 크루즈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매일 저녁 헬싱키를 출발해 다음날 아침 스톡홀름에 도착하는 탈린크 실자라인(Tallink Silja Line)을 이용하기로 했다. 실자라인 크루즈를 타고 발트해의 낭만 속에 여유롭고 편안하게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야간 크루즈로 이동하며 숙박비와 교통비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로 했다.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실자라인을 타는 곳은 올림피아 항구다. 헬싱키는 항구가 여러 곳이라 타야하는 배가 정박하는 항구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항구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실자라인 크루즈가 멀리서부터 한눈에 보인다. 가까이 가서 승선하려고 보니 정말 위용이 대단하다. 생각보다 더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실자라인!

◆ 발트해의 여왕, 바다호텔 실자라인
필자가 예약한 바다호텔 실자라인 크루즈는 심포니(Symphony)였다. 심포니는 총길이 203m, 너비 31.5m, 13층 높이에 약5만9,900톤급의 호화로운 크루즈다. 캐빈은 9백86개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2천852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발트해의 보석으로도 불리는 헬싱키와 스톡홀름을 매일 운항하는 실자라인 심포니는 스칸디나비아 북유럽 대표 크루즈로도 불린다.
실자라인 크루즈는 헬싱키에서 해질 무렵인 오후 5시에 출발해 17시간의 항해 끝에 이튿날 오전 9시 55분 목적지에 도착한다. 사파이어 빛 발트해를 가로지르는 크루즈에서 북유럽의 평화로운 풍경과 낭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밤새 열리는 다채로운 공연부터 면세점 쇼핑, 수영장, 스파, 카지노,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에 신선함이 가득한 해산물 뷔페, 바, 레스토랑 등 즐거움이 끝없이 펼쳐지는 발트해를 주름잡는 바다위의 호텔 크루즈다.

항구터미널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한 후 배에 오르면 작지만 화려한 거리를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다. 마치 조그만 도시 하나를 옮겨다 놓은듯 하면서 북적이는 사람들로 세계 인종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든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캐빈에 오르면 고소공포증을 느끼게 되는 듯한 묘한 느낌이다. 필자는 창문이 있는 A클래스를 예약했고, 캐빈은 11층이어서 잠시 출렁이는 바다와 석양에 물든 헬싱키를 바라보며 추억에 젖었다. 캐빈은 창이 있어 전망도 좋고 내부도 넓고 깨끗하다.
배가 커서 그런지 출발을 해도 움직임을 거의 느낄수 없다. 배낭을 캐빈에 풀어놓고 맥주 한 캔을 들고 갑판이 있는 12층으로 올라갔다. 출발과 동시에 멀어지는 항구와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시작이다. 발트해로 소리 없이 빠져 들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는 운치를 가슴에 담아 두고 싶었다. 헬싱키에서 가장 높은 곳은 이곳 실자라인 갑판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높다.

선내 중앙에는 메인거리를 만들어 쇼핑, 식당, 바 등 유닉하고도 즐거운 부대시설이 완벽하게 배치되었으며, 매일 밤 화려한 공연과 볼거리로 즐거운 항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데크층인 7층은 카지노, 바, 편의점, 사우나, 노래방 등 각종 편의 시설이 있고 6층은 큰 식당과 작은 바들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다. 8층에서12층까지는 객실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가 보이는 방과 보이지 않는 방 그리고 테라스가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까지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캐빈 가격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으나 석식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출발 전 예약이나 탑승 후 구매를 하여야 한다. 캐빈은 긴 통로를 따라 쭉 이어져있고, 캐빈에는 냉장고와 침대 그리고 샤워실 까지 모두 완비되어 있다. 사우나는 갑판위에 통유리로 되어 있어 멋진 풍경을 보며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조금 일찍 승선하여 사우나베드를 차지하고 즐기자. 그동안의 여행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저녁뷔페는 오후8시부터, 아침뷔페는 오전7시부터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와 운치를 느끼면서 이방인들과 함께 즐겼다. 뷔페는 연어랑 각종 고기가 다양하고 와인과 맥주랑, 보드카 등 주류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수평선 너머로 붉게 물들이는 석양과 함께한 환상적인 만찬이다. 지정석 테이블인 내 자리에는 러시아 여행자 부부와 처제가 동석을 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북유럽 음식들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고, 좋아하는 순록 고기에 석류 소스를 뿌려 먹으며 와인으로 건배했다.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러시아 친구들과 취기 속에 흥이 돋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왜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는지 궁금해 했다. 여행의 효용은 세상을 배우는데 있으며, 오늘처럼 이렇게 우연으로 멋진 친구를 만난 보람이 우리 인생의 즐거운 행복의 원천이라고 했다.
목에 하고 있던 하회탈 목걸이를 선물로 걸어주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여행은 곧 행복이라는 여행의 등식을 나누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제일 먼저 러시아의 아름다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오라는 초청을 받았다. 발트해의 밤바다 한가운데서 좋은 친구를 만나 신선한 해산물 뷔페와 와인에 취하고, 면세쇼핑, 공연, 카지노, 사우나 등 다채로운 오락과 휴식을 동반한 엔터테인먼트를 만끽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간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스웨덴 스톡홀름 품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불현듯 발트해를 횡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몽롱한 감수성이 아침 햇살처럼 물씬 용솟음친다. 발트해의 잘 보존되어 있는 해안과 바다새들로 뒤덮인 절벽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조화롭게 지어진 이국적인 건축물 등은 북유럽의 낭만이자 여유로움이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공기는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짙푸른 사파이어 빛 발트해를 가로지르는 크루즈에서 바라보는 평화로운 풍경과 발트해의 낭만을 마음껏 즐긴다. 창밖으로 호수같이 잔잔한 발트 해의 예쁜 등대와 셀 수 없이 자주 지나는 페리들을 바라본다. 어느새 새로운 여행지 스톡홀름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뷔페형 아침 조식을 맛있게 먹고, 커피 한잔을 들고 다시 갑판으로 나갔다. 스톡홀름의 군도들이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항구의 작은 페리들 사이로 크루즈가 지나며 반짝거리는 은빛 발트해에서 여행 속 행복을 누린다.

크루즈에서 내리니 세찬 바람과 흐린 날씨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먼저 북극에 가까운 키루나(Kiruna)로 향하는 야간열차를 예약하고 싶어 스톡홀름 중앙역으로 향했다. 키루나행 야간열차 침대칸 쿠셋을 예약했다. 고속열차와 야간열차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북방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 스웨덴 스톡홀름은 스칸디나비아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역사적,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도시다. 옛 도시의 역사적인 흔적과 트렌디한 북유럽의 감성이 함께 공존하는 스톡홀름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