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뒤로 둥근 보름달인 듯 환한 두광(頭光)이 비치는 모습으로 물결 위에 서 계신 관세음(觀世音)보살은 세상 모든 이의 호소를 살펴 구제하는 보살이다.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정병을 받쳐 든 선재동자가 엄마 치마꼬리를 잡은 아이처럼 빼꼼 고개를 내민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의 바로 그 관음보살이 마치 자애로운 귀부인인 듯 친근하다. 그런데 아미타불을 먼저 부른다. 유한한 금생(今生)의 고통을 보살펴주는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보다 무량한 후생(後生)을 기약하며 극락정토에 태어나기를 더욱 빌었기 때문일 것 같다.
예배용인 절집의 탱화 속 관음보살이 아니라 수묵으로 그려진 감상화로서의 관음상이다. 비단 바탕은 보름달과 옷자락 일부만 원래의 바탕색을 남기고 맑은 담채로 옅게 색을 올렸다. 먹색의 강약이 느긋하고 필치는 무르익었다. 각을 잡거나 용을 쓰지 않은 스스럼없는 붓질을 중첩하며 관음보살의 옷자락과 장신구, 물결을 그렸다. 법의 뿐 인 부처와 달리 보살은 대부분 차림이 화려하다. 보살의 찬란한 차림새는 부처의 뭇 생명에 대한 연민이 자비심으로 구체화된 화신이어서 여성성을 띠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살이 깨달음을 얻기 전의 부처를 가리키는 말이어서 석가모니가 싯다르타였던 왕자의 모습에 근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살은 자신의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 다른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이다. '남해관음'도 보관(寶冠)을 쓴 얼굴이나 어깨 위로 늘어뜨린 보발((寶髮), 치렁치렁한 옷자락 등이 화려하다.
한편, 도움을 바라며 신앙을 바치는 중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믿음직한 보살이란 값비싼 장신구로 화려하게 치장한 위세 넘치는 왕공귀족의 모습이어야 나의 문제꺼리를 속 시원히 완전하게 재빨리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갔을 것 같다. 인기가 많았던 관음보살은 다양한 모습으로 조각되거나 그려졌다. 11개의 얼굴로 사방을 주시하는 석굴암의 십일면관음보살상, 투명한 사라를 걸친 고려불화 수월관음,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으로 중생의 고통을 샅샅이 알아채 구제하는 천수(千手)관음 등이 있고, 조선후기에는 괘불로도 많이 그려졌다.
김홍도는 이 그림에 '단원(檀園)'으로 호를 쓰고 자(字)를 새긴 '사능(士能)' 인장 한 방을 찍었을 뿐이다. 나중에 첨가된 두 편의 화제와 4방의 인장은 김홍도 보다 22년 아래인 임득명(1767-?)의 것인데 없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불제자로서 '나무관세음보살~'을 염불했을 김홍도 식의 수월(水月)관음이자 백의(白衣)관음이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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