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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냄새의 심리학

후각을 통한 냄새는 단순히 입맛을 당기거나 악취를 맡는 역할 이외에도 인간 행동 전반에 대한 중요한 화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매일신문 DB
후각을 통한 냄새는 단순히 입맛을 당기거나 악취를 맡는 역할 이외에도 인간 행동 전반에 대한 중요한 화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매일신문 DB

냄새의 심리학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북라이프 펴냄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나 회사 직원,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은 모두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다. 후각은 달콤한 딸기향이나 불쾌한 악취만 맡는 게 아니라 사랑, 공포 같은 감정도 감지한다. 세상에 후각이 사랑이나 공포처럼 감정을 감지한다니! 그것도 타인이 보내는 화학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서 말이다.

냄새를 어떻게 맡고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건강, 행복한 삶, 조화로운 인간관계, 우정 심지어 지능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에 펼쳐 든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인간관계에 유독 능숙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복잡다단한 사회 안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이 능력이 코, 바로 후각에서 비롯된단다. 중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친구나 지인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미약한 냄새까지 더 잘 맡아냈다. 이들의 뇌를 살펴보니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와 사회적 뇌인 전두엽 간 연결성이 특히 좋았다. 둘 다 후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냄새를 잘 맡을수록 오래 산다는 것. 후각과 치사율의 상관관계는 두 가설로 설명하는 데 첫 번째는 후각 망울(후각 자극을 대뇌에 전달하는 후각 신경 부위)이 정서와 기억 활동에 주로 관여하는 편도체와 해마가 활성화되려면 후각 망울도 함께 잘 기능해야만 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냄새를 못 맡을수록 친구가 적고 사회적 관계망도 좁다는 논리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냄새를 통해 회상했던 과거의 기억을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자전적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서 늘 그는 멜로디 한 가락이나 어른이 되어 홍차 한 잔에 찍어 먹던 마들렌을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이처럼 책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냄새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고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냄새와 인간 행동 사이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도 지성도 아닌 후각이다'는 명제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따라서 책을 일독하고 나면 일상에서 코를 좀 더 신뢰하고 냄새를 의식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냄새에 민감하면 민감할수록 분명 우리 삶이 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우리는 냄새를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364쪽, 1만7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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