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안 고속도로는 왜 경상북도 지역에서만 끊기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체감하며 의아스럽게 여긴다. 고속도로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대표적인 교통 오지는 경상북도 동해안 구간이다. 서울을 출발점으로 서해안~남해안을 거쳐 동해안으로 진입하면 포항 남쪽에서 고속도로가 끊긴다. 거꾸로 서울에서 동해안으로 달리면 강원도 삼척에서 고속도로는 막힌다. 삼척 다음 지자체는 경북 울진이다.
전국에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곳도 있는데, 동해안 경북 지역에만 경제성을 이유로 고속도로 건설이 미뤄지고 있다. 전국의 고속도로를 달려 보면 경북 지역만 경제성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인 역량 부족 때문일까.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정부 시절 동해안 고속도로 완공의 밑그림을 그렸지만, 경북 구간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가 끊긴 곳은 포항에서부터 강원도 삼척까지이다. 포항시 흥해읍~영덕군 강구읍 구간(총연장 30.3㎞)은 지난 2008년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에 따라 공사에 들어가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덕~삼척 구간(총연장 117.9㎞) 공사는 무기한 보류되고 있다.
문제는 영일만 횡단 구간(포항시 오천읍~흥해읍, 18㎞)으로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애초 울산~포항 구간 종점인 남포항나들목에서 포항시를 서쪽으로 우회해 육지를 통과하는 방안이었으나 동쪽 바다를 가로지르는 영일만 횡단으로 변경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는 서해안 고속도로(2001년), 남해안 고속도로(1973년) 완공으로 동해안에만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점을 들어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요구하며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해왔다. 동해안 고속도로 영일만 횡단 구간, 영덕∼삼척 구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영일만 횡단 구간은 국토교통부가 올해 6월 중 확정 고시하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년)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16~2020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계획 적정성을 재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이 사업을 반영하지 않았다. 적정성 재검토 보고서는 다른 대안과 비교해 영일만 횡단 구간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으로 추진된 영일만 횡단 구간은 2011년 기본설계 과정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1조6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국도를 우회도로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 요구로 국비 20억원을 설계비로 반영했지만, 정부는 전혀 집행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곳의 교통 상황이 바뀐 점을 강조하며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영일만 횡단 구간이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구간 우회도로 교통량은 하루 평균 약 5만5천 대로 수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시가 바다를 접한 지자체임에도 해상 교량이 없는 점도 영일만 횡단 구간 건설의 명분이 되고 있다. 이곳에 해상 교량이 건설되면 동해안의 관광 명소가 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에는 191개소의 해상 교량이 있으며 부산 광안대교 등은 화려한 경관 조명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전남 신안군 섬들을 연결하는 해상 교량들은 섬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미 서해안과 남해안의 고속도로에는 해상 교량들이 여럿 건설돼 명물 대접을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의 영종대교, 제2경인고속도로의 인천대교, 평택시흥고속도로의 시화대교,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 남해고속도로 영암과 순천을 잇는 벌교대교, 남해고속도로 제3지선 남문대교 등이다. 동해안 고속도로에는 해상 교량이 하나도 없다.
경북도는 영일만 횡단 구간이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되지 않으면 내년 대선 때 후보들의 공약으로 삼아 이를 추진할 작정이다. 전국 도로 가운데 경제적 타당성만으로 건설된 구간은 얼마나 될까. 전남 목포와 신안군의 섬들을 잇는 해상 교량과 목포 앞바다의 다리가 경제성이 높아 건설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주민 편의, 지자체 관광객 유치 등을 이유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많은 해상 교량이 건설된 것처럼 동해안 포항에도 영일만을 횡단하는 고속도로가 건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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