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투리와 사람들

7. 안동방언사전 펴낸 김정균씨
2009년 안동방언사전을 펴낸 김정균씨. 그의 사투리 사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증보판 제작을 위해 새로운 단어를 채록하고 더 많은 용례를 보충하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있다. 사투리를 보존하고 기록하는 일이 고향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김씨는 요즈음 마음이 급하다. 사투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투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거대한 역사박물관이 없어지고, 민중의 거칠고 질긴 삶의 기록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의 말은 시종 차분하고 진중해 안동사투리의 무게감은 물론 묘한 세련미까지 느껴졌다.
-2009년 안동방언사전을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서울에서 나왔습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지요.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국어학 세 분야 중에 국어학을 택했습니다. 대학 재학 중 답사를 다니며 지역사투리를 채록하고 방언수집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향인 안동사투리에 대한 관심과 애정,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방언사전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자료를 모으신 것이군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집안사정 때문에 안동으로 내려왔습니다. 고향에서 교직생활을 시작면서 안동방언에 대해 공부하고 자료를 모을 수 있는 기회라 여겼습니다. 매일 사투리를 조금씩 채록하고 뜻을 알아내면서 일기처럼 정리했습니다. 주변 선생님의 도움도 컸지요.
-스스로 만족스러운 책 이었습니까
▶1만5천여 개의 단어가 실려 있고 400페이지에 이르는 책입니다. 서둘러 내다보니 모자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 계속 새로운 사투리를 접하면서 증보판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준비 해왔습니다.
-책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국내 방언연구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서울대 최명옥 교수님(현 서울대 명예교수)께 책을 보내드렸더니 고저표기와 함께 용례를 더 많이 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직접 전화로 격려를 해주시니 아주 감사했습니다. 이것이 증보판을 준비한 계기가 된 듯합니다.
-책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표준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투리들이 있었습니다. 또 듣기 힘든 사투리를 만나면 그 말 뜻을 정의 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요. 경북방언사전이 참고가 되었습니다.
-안동방언사전 출판을 계기로 안동지역 사투리 대회가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책은 안동문화원 요청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문화원에서 방언사전을 발간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제 방언사전 출판을 계기로 안동문화원에서 사투리 대회를 열었고, 지금은 10회를 넘길 만큼 알찬 사투리대회로 정착했습니다.
-안동사투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반촌과 민촌의 사투리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히 호칭에서 이런 특징이 뚜렷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것입니까
▶안동지방의 반가에서는 할아버지를 '큰 아배'라고 합니다. 증조부를 '할배'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민촌에서는 할아버지를 그냥 '할배'로 부릅니다.
-지금은 사라진 사투리도 상당히 많지요
▶요즈음은 안동 장에 가도 안동사투리를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게 싫고 어색해서 제가 먼저 '얼마니껴'라며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우리 고유의 풍습이나 농기구 명칭, 건축 용어에 관련된 방언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투리를 보존해야할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머루를 안동에서는 '멀구'라고 부릅니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청산별곡에는 '멀위와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랏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때 '멀위'라는 단어를 보면 그 이전에는 멀귀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투리에 '멀구'라는 말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사투리는 우리말의 화석입니다. 사투리의 보존은 우리말의 보존과 다르지 않습니다.
-방언사전이 사투리보존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전국에서 사투리 방언사전을 펴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중에는 국어 전공자도 있고 비전공자도 있으나 모두다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군지(郡誌)에 일부분으로 들어가 있는 '사투리 언어편'을 독립시켜 보다 더 많은 자료를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책들을 종합하면 바로 대한민국 방언사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오랜 교직생활동안 학생들에게 사투리를 알리려는 시도를 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특별활동으로 '안동말 연구반'을 꾸려 학생들과 직접 채록하고 조사하고 했는데 인기가 없었습니다(웃음) 학생들은 사투리 사용을 재미있어하지만 직접 조사하고 모으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언제 퇴직 하셨나요
▶2019년입니다. 퇴직 후 방언사전 증보판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내년에는 출판할 생각입니다.
-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계시면서 보람된 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안동 경일고등학교 교사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교내 시화전이 열렸습니다. 시를 출품한 학생 중에 눈에 띌 만큼 재능을 가진 학생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상학 시인입니다. 자랑스러운 제자이지요. 그도 사투리를 이용해 시를 쓰기도 하는데 '아배생각'이란 시를 특히 좋아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내년에 증보판을 내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다른 욕심이 없습니다. 텃밭을 가꾸며 고향사람들의 진한 사투리를 들으며 행복하게 늙고 싶습니다.
글 사진 김순재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sjkimforce@naver.com
이 기사는 계명대학교와 교육부가 링크사업으로 지역사랑과 혁신을 위해 제작했습니다.
◆다시, 사투리 연재 순서
1.왜 다시, 사투리 인가
2.예술 속 사투리
3.사투리와 사람들
4.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5.대담
◆사투리 연재 자문단
김주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
김동욱 계명대학교 교수
백가흠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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