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와주세요' 입모양 보고…'조건만남 덫'서 여중생 구한 편의점주

가해 여중생들 경찰 수사 진행 중 '신고 왜 했나' 보복 폭행

지난달 28일 오전 포항에서 여중생을 조건만남에서 구한 남성(편의점주 추정)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의 SNS에 올린 내부 CCTV 장면. SNS 갈무리
지난달 28일 오전 포항에서 여중생을 조건만남에서 구한 남성(편의점주 추정)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의 SNS에 올린 내부 CCTV 장면. SNS 갈무리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이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매일신문 13일 자 8면) 사건 발생 수일 전에 카페형 무인편의점 점주가 피해 여중생을 '조건만남 협박'에서 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13일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폭행 피해 학생인 A(14) 양은 지난달 28일 0시 44분쯤 포항 남구 한 무인 편의점에서 또래 여중생 5~6명과 있었다.

당시 점주 B씨는 편의점 밖에서 학생 중 2명이 라면을 계산하지 않고 먹는 것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가 A양이 소리없이 입을 움직이는 것을 봤다.

'도와주세요'였다.

B씨는 상황이 심각해 보이자 A양을 불렀고, 밖으로 나온 A양은 "휴대전화와 옷, 돈을 모두 뺏겼다.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찰나, 편의점 앞으로 경찰 순찰차가 지나가자 B씨는 경찰관을 불러 세운 뒤 도움을 요청했다.

A양은 경찰관에게 "함께 있던 학생들이 조건만남을 강요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근 파출소로 자리를 옮긴 A양은 피해자 처벌 의사를 뒤로 미룬채 귀가했다.

B씨는 이것으로 문제가 마무리된 줄 알았지만, 끝이 아니었다.

3일 해당 사건이 정식으로 경찰에 접수됐고, 4일 담당 수사관이 정해졌다. 수사관은 5일부터 실질적 조사에 들어갔지만 가해 학생들이 출석 요구를 피해 다녀 진척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러다 결국 지난 7일 A양이 가해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터졌다.

B씨는 자신이 도와준 학생이 크게 다쳤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B씨의 편의점 본점 측은 "B씨는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지만, 완벽하게 다 된 것인지 찜찜해했다"며 "현재 피해자 상황이 보도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언론과 직접 대화는 꺼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대신 전했다.

앞서 B씨로 보이는 남성의 SNS에는 "도와준 학생이 보복으로 저렇게 다쳤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보복할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한 가해자들이었다. 이들이 일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 못하고 있을 것 같아 그게 더 화가 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A양은 지난 7일 오후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한 상가건물 옥상 등에서 또래 여중생 5명에게 수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사건 이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조건만남 요구를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해 때렸다"고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양과 가해 여중생을 차량에 태우고 장소를 이동한 남성 2명을 불러 범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7일 포항에서 또래에 집단 폭행당한 여중생 A양이 대구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양 가족 제공.
지난 7일 포항에서 또래에 집단 폭행당한 여중생 A양이 대구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양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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