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40대 남성의 글이 올라오면서 누리꾼들이 단체로 구조에 나섰다. 한 누리꾼은 경찰에 신고해 극단적인 상황을 막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해 안타까움과 훈훈함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생을 마감하려 합니다' 라는 글이 올라왔다. 스스로 대구에 살고 있는 44살 남자라고 밝힌 A씨는 "사기를 당해 통장에 전재산이 5만원 남았다"며 "부인은 내일 이혼하자고 한다. 집 비밀번호도 바꾸고 벨을 누르면 경찰을 부른다단다"고 호소했다.
그는 "전재산..대출.. 어머님 역시 대출... 살고 계시는 작은 아파트도 넘어갔다... 장인어른 돈... 외삼촌 돈.... 저는 바보"라며 "절대 사람 믿지 마세요..."라고 밝혔다.
이어 "부인과 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보는 낙으로 살았다"며 "결혼 7년 만에 얻은 목숨 같은 내 아들, 잘 해주고 싶었고, 나 키우고 싶지 않았다. 못난 놈 믿어주고 결혼해준 아내 호강시켜 주고 싶었는데…"라며 "차라리 비겁하게 도망치겠다. 이제 두 돌 지난 내 아들 못난 아빠 빨리 잊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죽어서 마음껏 보러 가겠다"며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볼도 만져주고 그 조그만 발.. 같이 더 시간 못 보낸 것이 후회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는 이후 어머니와 부인,아들에게 각각 애틋한 편지를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가족을 원망하는 구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부인에게 "저번 달 결혼 7년 만에 내가 처음으로 용돈을 준 날, 너무 너무 좋았다"며 "이제 좀 잘 되려나 싶었는데 내가 다 망쳤다. 화 나는 거 이해한다. 다음 생에도 나 만나주면 내가 더 잘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술 마시고 쓰려니까 오타가 자꾸 나서 너무 오래 걸린다"며 "못다 한 말은 꿈에서 하자"고 섬짓함을 안겼다. 이어 사기꾼들을 향해서는 "그렇게 살지마라 살아보려는 힘든 사람들 마음 이용하지마라"고 원망을 드러냈다.
한편,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급히 댓글로 A씨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순식간에 7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누리꾼들은 "그러는 거 아니다", "언젠가 오늘을 기억하며 와이프와 술잔도 기울일 날이 오는거다", "나도 사업 망하고 모든 걸 잃었지만 살아남았다.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버티자", "절대로 그런 선택하시면 안된다" 등의 위로글을 쏟아냈다.
상황이 심상찮음을 느낀 대구의 한 누리꾼은 경찰에 신고해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도 했다. 이 누리꾼은 "방금 경찰이 연락이 와 A씨와 통화했고 사기 당한 것도 관할 경찰서로 접수해 준다고 했다"며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글쓴이형 이 글 보면 쪽지로 연락처 남겨달라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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