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8세기 유럽 귀족들도 우리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뱃놀이를 즐겼다. 뱃놀이 음악으로 유명한 작품으로는 헨델(1685~1759)의 '수상음악'(Water Music)'을 들 수 있다. 이 곡이 탄생한 배경에는 이런 얘기가 전해온다.
헨델은 원래 독일 하노버의 게오르그 선제후(신성로마제국에서 독일 황제의 선거권이 있던 제후)의 전속 악장이었다. 헨델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자신이 만든 오페라를 상영하고 영국 앤 여왕의 생일 축하 송가를 작곡하는 등 총애를 받게 된다. 헨델은 게오르그의 귀국 명령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계속 머물렀다. 헨델은 아예 영국인으로 귀화해 버려 게오르규의 미움을 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헨델을 총애하던 앤 여왕이 갑자기 급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헨델이 배신한 게오르그가 영국 국왕 조지 1세에 즉위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헨델은 옛 주군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아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어떠한 아첨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헨델은 국왕의 마음을 돌릴 음모를 꾸몄다. 1717년 여름 어느 날, 헨델은 조지 1세가 측근 귀족들과 함께 런던의 템스강에서 뱃놀이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는 뱃놀이에서 왕의 여흥을 돋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바로 연주자들과 악기를 배에 실어 선상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왕의 배 주변을 따라다니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작곡한 곡이 바로 '수상 음악'이다. 왕이 탄 배가 가까이 왔을 때는 목관악기 위주의 감미롭고 예쁜 선율의 음악을 연주했고, 멀리 떨어졌을 때는 소리가 큰 호른이나 트럼펫 같은 금관 악기로 멀리서도 잘 들리게 경쾌한 음악을 연주했다
뱃놀이를 하던 왕은 강가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이 음악을 듣고 감동한 나머지 작곡가가 누군지 수소문하게 된다. 헨델인 것을 알게 된 왕은 헨델에 대한 노여움을 거두고 다시 궁전을 출입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다.
밝고 산뜻한 이탈리아풍의 느낌을 지닌 수상음악은 3개의 모음곡에 총 20여 곡의 관현악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악기 외에도 목관 악기와 금관 악기가 함께 편성돼 있어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더 어울리는 곡이다. 장대한 서곡으로 시작해 짧고 명랑한 춤곡들이 이어진다.
더운 날, 왕이 된 느낌으로 이 음악을 듣는다면 기분은 물론 더위를 쫓는 충족감이 좀더 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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