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근대철학을 대표하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로 인간 이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성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매일 수많은 우연과 욕망들로 세상은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오늘날 철학자들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살아가기'를 다양한 언어로 강조합니다. 변화는 생각이 아니라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 '느낀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각의 재발견
'느낀다는 것'(채운 지음)은 무엇인가를 느낀다는 것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순간을 떠올릴 때 우리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미소가 절로 납니다. 반대로 싫어하는 것은 생각만으로 몸이 딱딱하게 굳기도 합니다. 느낀다는 것은 이처럼 내 마음과 몸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느끼면서 세계를 탐험하고 타인을 배워 나갑니다. 그런데 무엇을 느낀다는 것일까요? 그것은 '차이'입니다.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포착했을 때 '필'이 딱 옵니다. 그 다름의 차이를 느꼈을 때 우리는 알게 되는 것이고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느낌이 선행되어야 감동하게 되고 배움이라는 행동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감동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짜릿한 기쁨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느낌을 받아본 사람은 그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합니다. 감동이란 '느낄 감(感)'과 '움직일 동(動)'의 결합입니다. 느낌이 있어야 움직임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느낌에 대한 연습과 공부는 하지 않은 채 머리로만 배움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그래서 배움 앞에 무기력해지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극적인 느낌만을 쫓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너무 자극적이고 빠른 '속도광들의 시대'에 우리의 감각은 웬만한 자극에 꿈쩍도 하지 않게 됩니다. 감각이 확장되고 느낌의 영역이 깊어지는 게 아니라 감각을 소모하고 둔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느끼는 훈련이, 느끼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살피면서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삶이 요구됩니다.

◆똑같은 빨강은 없다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미술의 세계를 쉽고 친근하게 소개한 책이 있습니다. '똑같은 빨강은 없다'(김경서 지음)에는 미술을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 중학생 보라와 미술선생님이 친근한 대화로 종횡무진 미술의 세계를 누빕니다.
미술관에서 만나게 되는,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현대미술을 이기적이라고 보라는 반응합니다. 이에 선생님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만 하는 예술의 운명을 역사적으로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예쁘다'와 비교되는 다양한 '아름다움'의 세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트릭아트에서 볼 수 있는 실제인 척 눈을 속이는 그림 그리기의 기술에 우리는 종종 매료됩니다. 이런 '재현'의 미술과 고흐, 피카소 등 수많은 현대 작가들의 '표현'으로서의 미술작품을 통해 재현과 표현의 경계를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무엇이든 재료로 사용하는 현대미술도 소개합니다.
또한 교과서에서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동·서양의 역사적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그 속에 담긴 특징과 의미를 찾습니다. 정말 종횡무진 미술의 세계를 누비며 미술작품이 걸어오는 시각적 느낌에 반응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의 감수성은 더욱 확장되고 예리해집니다.
부모님들은 보통 취학 전 자녀나 초등 저학년 때까지 자녀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길 희망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는 즈음부터는 영어, 수학 학원 등 온통 인지적 사고력을 잔뜩 요구하는 활동에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불행한 날들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감동이 없는 날들이 쌓여갑니다.
이런 삭막한 교육환경에서 아이의 작은 느낌이 존중되고 확장되며 깊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을 고민해봅니다. 자연의 소리와 음악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시각 이미지에 숨은 특징과 의미를 살펴보며, 피부에 와 닿는 미묘한 감각을 느끼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감동이 있는 일상이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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