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건희 미술관 자리 검증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별도 공간 마련을 지시한 이래, 대구시를 비롯해 경주, 부산, 인천, 대전, 의령, 진주, 수원, 용인, 여수, 광주 등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칭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이건희 미술관' 건립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조만간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위한 개략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한다면 역사성이나 상징성, 삼성 스토리와 연결, 발전성 등을 고려할 때 대구가 최적지라고 본다.(본지 5월 8일 자 19면 사설, 11일 자 27면 세풍, 12일 자 1면, 13일 자 27면 사설) 그럼에도 '대구의 자산과 장점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2016년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놓고 대구를 비롯해 전국 10여 개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다. 앞서 문체부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후보지를 서울 지역 안에서만 물색해 은평구를 낙점했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2016년 4월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희망 지자체 접수를 시작했다. 지자체들마다 심포지엄을 개최해 유치 근거를 밝히고 부지 제공 계획, 향후 추진 방향 등을 제시했다. 시민 서명운동도 펼쳤다.

하지만 당초 2016년 6월 안에 건립 부지를 선정하겠다던 문체부는 '과열 경쟁'을 이유로 갑자기 공모 사업 진행을 중단해 버렸다. 그러고는 2년이 흐른 2018년 11월 서울시 은평구 '옛 기자촌'을 최종 부지로 조용히 낙점했다. 건립 위원회 및 건립·자료 소위원회들과 함께 후보지에 대한 자료 조사와 검토,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선정했다고 밝혔을 뿐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만간 문체부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과열 경쟁이니 후유증이니 하는 말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과열 경쟁'을 이유로 문체부가 내부에서 정한 전문가들만으로 '이건희 미술관' 부지를 선정해서는 안 된다.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의 유치 희망 근거, 향후 계획, 발전성 등을 공개 검증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 선정해야 한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희망하는 전국 지자체들도 저마다의 유치 희망 근거와 장점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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