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시경 속 동물

시경 속 동물 / 장샤오스 지음·이신혜 옮김/ 도서출판 선 펴냄

'시경 속 동물' 18쪽에 나오는 기린의 상상도. 도서출판 선 제공

시경(詩經)은 춘추시대 민요를 중심으로 모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이다. 주나라 초기부터 춘추 초기까지 305편을 수록하고 있으며, 본래 3천여 편이던 것을 공자가 311편으로 간추린 것이 오늘날 305편만 전하고 있다. 시경은 크게 풍(風·여러 나라의 민요로 주로 남녀 간의 정과 이별을 노래), 아(雅·공식 연회에서 쓰는 의식의 노래), 송(頌·종묘의 제사에서 쓰는 악시)으로 나눠지며 '아'는 다시 '대아' '소아'로 분류된다.

3천 여 년 전 광야를 주름잡던 옛사람들은 오늘날 우리들보다 훨씬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었으며 그것들은 단지 식량으로 간주될 뿐이었다. 또한 시경 305편에 등장하는 동물, 새, 곤충, 물고기 등은 모두 136종이지만 책에서는 기린, 봉황과 같은 상상 혹은 당시에도 희귀했던 동물을 포함한 79종의 생물을 모델로 중국 역사를 관통하는 관련 시와 문학 등 전 방위적인 인문학적 관점을 총동원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책 읽는 재미의 관건은 등장하는 생물들이 중국 전 역사를 통해 어떤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아·항백'에 나오는 승냥이(豺)는 음흉한 소인배의 대명사이며, '빈풍·낭발'에 나오는 늑대(狼)는 그 옛날 만리장성에서 늑대의 분변을 태워 봉화를 올린 '낭연'(狼煙)이 피어오르면 사나운 이민족 군대가 칼을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를 대변했다. '정풍·고구'에서 표범(豹)은 위풍당당함과 넘치는 기백을 상징한다.

곤충인 전갈은 '소아·도인사'에 나오는데 "그 귀족 아씨들. 쫑긋 세운 전갈 꼬리 같은 고수머리를 하고 있었지"로 노래하며 여인의 고수머리를 비유하며, 여치는 후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이었다.

잉어에서는 공자가 아들 이름을 '리'(鯉)로 지은 연유를 설명한다. 공자의 아내가 출산하던 날 때마침 마음씨 고운 사람이 공자에게 잉어를 선물하자, 공자를 이를 기념할만한 일이라며 아들이름을 '잉어 리'(鯉)로 했고 이후 이는 잉어가 얻은 최고의 명예가 됐다.

사실 시경 자체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다. 저자는 다만 문화적 차원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보따리의 풍부함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소박함과 단순함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여러 갈래로 발전한 동물에 대한 중국문화코드를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664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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