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이 AZ백신 접종의 이익과 위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같이 감염자 수가 적은 국가의 경우 40대까지는 AZ백신 접종의 이익이 위험에 비해 작다. 백신으로 인해 감소하는 사망자가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다. 특히 20, 30대는 AZ백신 접종의 이익이 0이다. AZ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자 감소가 없다. 50대는 이익과 위험이 같다. AZ백신 접종의 이익이 위험보다 큰 연령은 60대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30대 이상 국민들이 AZ백신을 맞고 있다. 30~50대 국민들은 위험보다 이익이 크지 않은 백신을 맞는 셈이다.
유럽의약품청 보고서가 옳다면 60대 이상 국민들은 AZ백신을 맞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가적으로 AZ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낫다. 그런데 왜 많은 국민들이 AZ백신 접종을 꺼리는가? 유럽의약품청 보고서에 의하면 60대의 경우 10만 명이 AZ백신을 맞으면 3명의 생명을 구하지만 1명이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이익이 위험의 3배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 이 수치(數値)는 10만 명을 접종하면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망자 1명이 누구인지를 접종 전에는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사망 확률은 매우 높다. 괴담과 선동이 발생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광우병 괴담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AZ백신을 맞아서 접종률이 높아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자신에게 발생하는 이익과 비용을 비교해서 접종 여부를 결정한다. 개인별 이익과 비용은 연령, 건강, 직업, 소득에 따라 다르다. A는 AZ백신을 맞는 것이 유리하지만 B는 맞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집단면역과 관련된 무임승차도 난제(難題)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AZ백신의 경우 무임승차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률이 70%라고 가정해 보자. 국민 10명 중 7명이 백신을 맞으면 3명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 나는 백신을 맞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것이 개인적으로 최선이다. 7명 중 1명이 되기보다는 3명 중 1명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 많은 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할 생각을 하는 한 백신 접종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전체주의 국가는 쉽게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하면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강제 접종이 있을 수 없다. 어떤 백신을 언제 맞을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방역이 중요하지만 신체의 자유도 그것만큼 중요하다.
효과가 크고 안전한 백신을 선호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정부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 수 없다.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작고 위험한 AZ백신을 맞게 하려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AZ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유리해야 한다. AZ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 지금 AZ백신을 맞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백신도 맞을 수 없다는 것은 협박이다.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AZ백신 접종자에게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면제해 주는 것이 옳은 정책이다.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도 시행할 만하다. 돈은 이럴 때 써야 한다.
우리 정부도 유럽의약품청 보고서에 따라 AZ백신 접종의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고 발표했다. 옳은 말이지만 어색하다.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을 강조하던 정부가 이익과 위험을 비교하니 말이다. 요즘 말로 이는 '태세 전환'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신자유주의자나 천박한 공리주의자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관리할 뿐이다. 정부가 이를 깨달았다면 늦었지만 다행이다.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지만 효용이 더 크다. 작은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역이다. 백신 접종이 효율적인 방역 대책이지만 정부가 그것을 강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보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백신 접종을 유도해야 한다. 말을 우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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