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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이어 추미애도 '죽비' "부처님 내리쳐 주십시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죽비로 수행자의 등을 내리치는 모습. 연합뉴스, 매일신문DB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죽비로 수행자의 등을 내리치는 모습. 연합뉴스, 매일신문DB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다.

이날 낮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를 찾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후 이날 저녁 7시를 조금 넘겨서다.

그러면서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죽비'를 글의 핵심 키워드로 재차 언급,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지난 4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면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거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사태까지 겹치며 지난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죽비는 불교 관련 용어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좌선 중 수행자를 지도 또는 경책(꾸짖음)할 때 쓰는 도구이다. 영화나 드라마, CF 광고 등에서 죽비로 수행자의 등을 내리치는 모습 및 그 소리가 다수 국민들에게 익숙하다. 즉, 불교의 의식 도구인 죽비를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2년 8월 2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경북 문경 봉암사를 방문, 원타 주지스님으로부터 죽비를 선물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죽비는 불교계에서 정치인 등에게 종종 선물하는 의식 도구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2012년 8월 2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경북 문경 봉암사를 방문, 원타 주지스님으로부터 죽비를 선물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죽비는 불교계에서 정치인 등에게 종종 선물하는 의식 도구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이날 추미애 전 장관은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저에게 죽비로 내리쳐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정국 및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2017년 5월)을 가리키는듯 "4년 전 푸르른 오월, 희망을 품게 했다. 겨우내 꽁꽁언 손으로 아빠의 소매를 붙잡고 종종 걸음 걷는 어린 딸과 등에 업은 돌쟁이 아들까지 그렇게 온 가족은 주말마다 광장으로 모여 촛불을 들고 간절히 염원했다"고 당시 풍경을 다시 그리면서, "꺼져가는 민생이 다시 숨 쉬고, 커가는 아이들의 소박한 꿈을 지킬 수 있도록 약속하는 내 나라에서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가녀린 촛불에 희망을 서약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러나 몇년 사이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 심각해졌다"고 규정하면서 "땀은 천대받고, 땅은 목숨 값의 몇십 배가 되도록 방치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전 장관은 불교의 핵심 교리인 '자비'를 언급, "자비는 나누는 것이다. 양극화 현상은 나누는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금의 경제시스템이 작동 불량이라는 것이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고장난 시스템을 바로 잡고 불로소득을 뽑아내는 것이 바로 '지대개혁'"이라고 연결지었다.

그는 "그저 부처님의 자비를 구하고 두손 모아 빈다고 면책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어진 권한과 능력으로 자비 세상이 되도록 따박따박 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박따박'은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장관 지명 및 인사청문회 시기에 나온 각종 보도와 의혹 제기 등에 대해 고소·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며 언급한 표현으로, 이후 정부여당 관련 인사 및 그 지지자들에 의해 유행어로도 쓰이고 있다.

이어 추미애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말기인 현재 겪고 있거나 또는 겪게 될 '레임덕'을 지칭하는듯, "오리가 제자리에 떠 있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물장구를 쳐야하듯, 가만히 있는 레임덕은 없다"며 "임기가 1년도 안 남았다고 가만 있으라고, 국정 안정을 주장하는 것은 광장의 촛불을 훅 불어서 꺼버리라는 잘못된 주문"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당시 송영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2016년 당시 송영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아울러 "청춘들에게 '빚 내서 집 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집 걱정 없도록 해주는 정책이 나와야한다"며 "당장 내년 예산에 공공주택기금을 대폭 확충하고, 보유세를 공공주택 확충에 투입해 세금을 더 내더라도 청년주거정책, 서민주거정책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줄이고, 대신 양도세는 완화해 구주택이 주택거래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해당 언급은 최근 뽑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무주택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90% 적용이 골자다. 이에 송영길 대표에 대한 견제 맥락도 읽힌다.

추미애 전 장관이 언급한 청년 및 부동산(주택) 문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패배한 주 요인으로 꼽힌다.

이어 추미애 전 장관은 "다시 촛불정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약속한 희망을 잊지 않았음을, 잊을 수도 없음을, 정신이 번쩍 들도록 죽비를 내려 달라"며 내년 대선 정권 재창출을 가리키는듯한 표현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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