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가로수와 가로 정원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환경정원으로 조성돼야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가로수는 도시의 환경오염물질을 감소시키거나 기후 변화를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가로수와 가로 정원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하여 그 중요성을 알려준 연구에 의하면, 서울시 노원구 가로수 약 1만2천 그루에 대한 환경 가치는 연간 약 8억5천만 원이며, 경관 가치는 연간 약 1억 원으로 환경 가치가 경관 가치보다 약 8.5배나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한다.

그러나 가로수와 가로 정원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가로수는 시민의 무의식과 지자체의 관리 소홀로 고사하거나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가로수의 전체 피해 상황은 파악하기 어려우나, 세종시의 경우 가로수를 심은 후 10% 이상 고사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시는 그 원인으로 부적합한 수종 선정, 관수 곤란, 토양 불량, 그리고 식재 공간 부족 등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가로수를 심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배수가 좋은 토양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 확보이다. 우리는 가로수가 가장 좋은 환경 기능을 하게 될 때가 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심하게 가지치기를 한다든가 고의로 죽이거나 그도 아니면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을 넣어서 다른 것으로 대체를 요구하면서 환경과 경관 가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린다. 특히 20년 이상 된, 다 자란 나무를 가지치기할 경우 전체 잎양의 10% 이상을 줄이면 나무에 해로운데, 대부분 이를 무시하면서 '닭발형'으로 가지를 자른다.

이제는 이런 무모한 행위를 멈춰야 한다. 긴 안목과 계획 속에서 가로수와 가로 정원을 유지해 온 다른 나라의 사례를 돌아보며 우리도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든다면, 플라타너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로수이다. 특히 런던의 템스강 수변 가로수, 그리고 파리의 샹젤리제 가로수가 유명하다. 이처럼 환경 가치가 높은 플라타너스를 우리는 보도블록을 훼손한다고 하여 최근에는 거의 심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기존에 심겨 있는 나무도 점차 제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영국, 프랑스 등 수많은 나라에서는 플라타너스의 뿌리가 밑으로 뻗도록 구조물을 설치하여 잘 자라도록 하고 있다. 그들은 나무의 소중한 환경 가치를 생각할 때 이만한 비용은 감당하여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최근 서구에서는 가로수와 가로 화단을 주변보다 낮게 설치하여 비가 오면 빗물이 나무와 정원 안쪽으로 흘러들어오도록 하여 충분히 물을 공급할 수 있게 한다. 즉 가로의 나무 심는 공간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든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어떠한가? 산림청은 가로수가 도시의 미관과 가로 경관을 창출하고, 도시민의 녹색 쉼터로서 자리매김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명품 가로수 길 조성 등 특색 있는 가로를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가로 문화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가로수와 가로 정원 관련 정책은 경관 가치에 치중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이들 공간에 대해 어떻게 환경 가치를 높일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서구처럼 가로수와 가로 정원이 새와 나비와 잠자리 등 생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이끼와 버섯이 자라는 환경 정원으로 가꾸어지길 희망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