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자율혁신이라지만…결국 지방대 위축 정책"

교육부, 대학 체질 개선 예고…권역별 기준 유지충원율 설정, 미충족 시 대학 정원 감축
대학별 충원율 점검…내년 3월까지 발전 전략 수립, 하반기부터는 충족 여부 확인
한계대학 관리 강화…개선 권고→요구→명령 조치, 회생 불가 판단 땐 폐교 지원
인재 양성 기능 확대…지자체, 대학, 기업 협업위 운영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0일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은 학령인구 급감 등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이 속도감 있게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지충원율 미충족 대학, 정원 감축

교육부는 이르면 내년 3월까지 대학별로 연구, 평생직업교육 등 발전 전략에 맞춰 자율혁신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5개 권역별로 기준 유지충원율(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설정하고, 하반기부터 충족 여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권역별 기준 유지충원율 미충족 대학은 미충족 규모에 따라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은 재정 지원이 중단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 감축 권고 규모는 대학별 적정 규모화 계획이 세부적으로 수립된 이후인 내년 5~6월쯤 나올 것"이라며 "지역 여건, 자체 정원 조정 규모 등을 고려해 권역별로 30~50% 대학이 정원 감축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의 이 같은 계획은 비수도권 대학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1년 전국 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4만586명. 이 중 3만458명이 비수도권 대학에 속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대학들도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다. 일부 4년제 대학들의 신입생 최종 등록률이 80%대에 그치는 등 대부분의 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유지충원율을 충족하기 위해 지역 내 신입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의 한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어차피 충원율을 채우게 돼있다. 반면 지역 대학은 올해부터 어려움에 맞닥뜨린 상황"이라며 "결국 지역 대학을 위축시키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교육부는 충원율 부담을 완화하고자 정원 조정 유연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대학 유지충원율 점검 시 ▷학부와 석·박사 정원 비율 조정 ▷입학정원 모집 유보 ▷성인 학습자 전담과정 전환 등으로 조정한 인원을 학부 정원 감축 규모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같은 법인에 소속된 대학 간에 정원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선 불가능 대학 퇴출…청산 지원

재정지원제한 대학 등 한계대학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매년 한 차례 교육 여건 관련 핵심 지표를 평가해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경우 자체적으로 구조개혁 과제 수립 및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컨설팅을 실시한다.

재정지원제한 대학과 일반재정 미선정 대학들 중 재정진단을 통해 '위험대학'으로 분류된 곳은 개선권고, 개선요구, 개선명령의 단계별 조치가 이뤄진다. 최종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회생이 어려운 대학은 퇴출된다.

다만 교직원 임금체불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산융자금을 지원한다. 사학진흥재단의 폐교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매물 관리 및 폐교자산 매각도 돕는다. 폐교부지 공공 활용 방안 등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협력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적 한계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이 명백한 대학의 경우 폐교 명령 및 교직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폐교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청산절차 진행을 위해 부동산 활용 방안, 동산 처분방안 모색 등 사전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협업해 인재 양성 기능 강화

교육부는 지자체와 대학, 지역 산업체의 협업 체계 구축 사업도 추진한다. 지역 인재가 지역 내 대학에 진학하고 취·창업 및 평생교육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인재 양성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대학, 공공기관, 기업 대표 등으로 구성하는 지역협업위원회를 운영하고, 지역대학 관련 정책 추진 시 지자체의 의견을 사전에 듣는 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올해 하반기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을 지정해 최대 6년간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역을 뛰어넘어 대학 간 교육과정, 교원 등 공유·협력으로 공동 경쟁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학생 및 학점교류를 활성화한다. 이미 경북대 등 거점국립대 9개교 간에는 온라인 학점교류 시스템이 구축돼 운영 중인데, 참여 대학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수도권-비수도권 또는 권역 내 대학 간의 공동학과 운영도 확산시킨다. 기존에는 대학 내 정원 조정을 통해서만 전공 학생을 늘릴 수 있었지만, 복수의 대학이 1개 학과의 정원을 분담해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실질적으로 정원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에서 신입생 미충원이 크게 발생하면서 지역대학의 위기가 곧 지역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대학이 자율혁신에 기반한 적정 규모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등 고등교육 균형 발전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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