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저녁 안보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휴전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성명을 통해 "상호간에 조건 없는 휴전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마스 역시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11일간의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휴전은 현지 기준으로 21일 오전 2시에 시작된다. 한국 시간으로는 이날 오전 8시다.
지난 10일 하마스의 선제 공격에 맹렬한 폭격으로 응수한지 꼭 열흘만이다.
휴전 협의는 이뤄졌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 교전의 원인이 된 이슬람 종교 성지에 대한 통제 문제와 동예루살렘 내 유대인 정착촌 문제 등 본질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했고, 양측 충돌 과정에서 극우 강경파 세력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또 양측은 이번 전투에서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가자 공격으로 전에 없는 군사적 소득을 올렸다"고 자평했다.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도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신의 가호로 우리는 적과 그 기관 그리고 야만적인 군대에게 굴욕을 줬다"며 "이스라엘이 휴전을 위반하거나 가자지구를 공격하면 다시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도 일단 이스라엘의 휴전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충돌의 원인을 제공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이스라엘이 사실상 일방적인 공세를 가하면서 가자지구에서는 아동 61명을 포함해 232명이 사망하고 1천900여명이 부상했다.
이 가운데 하마스 및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대원은 150명 가량이라고 이스라엘군은 추정했다.
하마스가 4천500발 이상의 로켓포탄을 이스라엘에 퍼부었지만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 미사일 등으로 요격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이스라엘에서는 12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하마스가 은신처와 무기 저장소 및 운반 통로 목적으로 파 놓은 지하 터널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상당부분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충돌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종교활동 제한과 이스라엘 정착촌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올해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 당국은 이슬람교도들이 단식을 끝낸 뒤 모여 저녁 시간을 보내는 구시가지 북쪽의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을 폐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또 알아크사 사원에서 불과 2㎞ 떨어진 셰이크 자라의 정착촌 갈등과 관련해 이곳에 오래 살아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기로 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특히 지난 7일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인 '권능의 밤'을 맞아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은 동예루살렘의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 종교의식을 치렀고, 이 가운데 일부가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은 메카, 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로 꼽는 알아크사 사원에 경찰과 국경수비대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하마스는 10일 병력을 철수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내고 선제 로켓포 공격을 가했으며, 이스라엘도 곧바로 전투기를 동원한 가자지구 폭격에 나섰다.
하마스는 지난 열흘간 이스라엘 남부와 중부지역에 4천500발 이상의 로켓포와 대전차포를 퍼부었다.
그러나 첨단 무기를 동원한 이스라엘의 사실상 일방적인 공습에 가자지구는 쑥대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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